교통사고 피해자가 치료할 필요가 없는 가벼운 부상만 입었다면 가해자가 도주했다 해도 ‘뺑소니’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접촉사고 후 달아난 혐의로 기소된 유모(56)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유씨에게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 혐의만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유씨는 지난해 3월 보험 가입이 안 된 자신의 승합차로 안산시 상록구의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다 옆 차선에 있던 버스와 접촉 사고를 내고 도주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버스 운전사는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고 36만원 상당의 수리비가 발생했다.
1심 재판부는 유씨의 혐의 세 가지 모두를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35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형법상 ‘상해’로 평가될 수 없을 정도의 상처로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는 것이어서 건강상태를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면 도주운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 판례를 근거로 도주차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고 당일 경찰 진술에서 부상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고 치료내역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피해자들의 생활기능에 장애가 오거나 별도 치료를 필요로 하는 형법상 상해를 입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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