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버나디노 총기난사 사건이 직접 연계는 없으나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일명 ‘외로운 늑대’의 테러로 확인되면서, 미국의 대 테러 대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에 맞춰 미국민의 불안을 해소시킬 대책을 현지시간으로 일요일인 6일 오후(한국시간 7일 오전) 내놓을 예정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5일 “미 연방수사국(FBI)이 폭력적 극단주의와 관련된 1,000건에 가까운 사례를 확보해, 이와 깊이 연관된 수백 명을 추적하고 있다”라며 “이 중 60명 정도를 IS와 관련된 혐의로 기소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그러나 “이 같은 감시망의 어떤 촉수도 이번 사건의 범인들 근처에 미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IS와 같은 해외 테러조직이 직접 지시를 내리지 않더라도 추종자들이 미국 내에서 언제, 어디서든지 대형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에 대해서는 무방비 상태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샌버나디노 용의자인 사이드 파룩에 대해 “이슬람 전사의 성전(聖戰)이 미국 규정을 준수해온 미국인들 사이에서조차 가능해졌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IS가 미국에 실질적 위협을 끼치지 못한다’고 큰소리를 쳐온 오바마 대통령의 상황 인식과 미국 정부의 대 태러 대응 기조에 전면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도 기존 테러 대책의 한계를 공식적으로 시인했다. 그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자생적 테러는 우리가 많이 얘기해온 것”이라며 “만일 휴대중인 기기와 가정 내 인터넷으로 스스로 급진화된다면 우리 시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FBI는 이번 사건 범인들이 해외 IS조직과 암호화된 메시지를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휴대폰 사용내용을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있으나, 현실적인 분석 능력에 있어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FBI가 조직의 주 업무를 전통적 범죄 대응에서 대 테러 쪽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FBI는 올해 초 IS 격퇴 지원을 위해 수백 명의 범죄대응 부서 요원들을 대 테러 부서로 이동시켰다가 복귀시킨 바 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샌버나디노 테러로 고조된 국민 불안을 감안, 직접 국민 앞에 나서 대책을 밝히기로 했다. 백악관은 5일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다음날 오후 8시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미국 정부가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하는 조치들을 설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총기난사 사건의 수사 상황과 테러리즘의 광범위한 위협에 대한 설명은 물론이고 테러 위협의 실체, 테러가 진화해온 방식, 미국이 테러리즘을 척결할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은 IS에 대한 파괴 의지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정의, 평등, 자유 등 미국의 가치들을 수호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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