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델‘25’ 라이선스 음반 초판 1만장 매진
직장인 김 모씨는 지난달 27일 퇴근길에 아델의 새 음반 ‘25’을 사러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핫트랙스 매장을 찾았다가 빈 손으로 돌아왔습니다. 음반 매장 직원에게 물으니 “26일 수입반이 들어와 27일 오전 다 팔렸다”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음원사이트에서 스트리밍 사용을 금지한 아델이 팬들을 음반 매장으로 불러 모은 것입니다. 아델의 음반을 국내에 유통하는 강앤뮤직은 ‘25’에 대한 호응 덕에 라이선스 음반 초판 제작을 2011년에 나온 아델의 이전 음반 ‘21’보다 3배나 늘렸습니다. 수입반과 달리 라이선스 음반은 아델 음반 판매에 대한 권리를 지닌 음반사가 국내에서 따로 제작한 CD를 말합니다. 수입반보다 약 3000원 싼 가격이 장점이죠. 4일 강앤뮤직에 물어보니 ‘25’ 초판으로 라이선스 음반 1만 여 장을 찍었는데 이도 다 팔려나가 추가 제작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25’는 얼어 붙은 국내 팝음악 시장에 볕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해외 음반 유통사는 모처럼 잔칫집 분위기입니다. 음반뿐 만이 아닙니다. 아델이 지난달 음반 발매에 앞서 음원사이트에 공개한 싱글 ‘헬로’는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 종합차트(가요·팝 순위 통합)에서 8위에 올라 국내 음악팬들의 관심을 불러모으기도 했습니다. 올해 발표된 해외 음악 가운데 종합차트 10위 안에 오른 곡은 ‘헬로’가 유일합니다. 아델이 5년 여 만에 낸 정규 음반 신곡에 대한 기대감에 그만큼 많은 음악 팬들이 팝 음악을 들었다는 뜻입니다. 이 곡은 ‘25’에 실린 신곡 11곡 가운데 유일하게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있는 노래입니다. 아델은 지난달 20일 낸 ‘25’의 나머지 수록곡 10곡이 애플뮤직 등 전세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사용되는 것을 불허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주목 받은 외국곡은? ‘렛 잇 고’
아델 열풍을 두고 국내 또 다른 음반사 관계자는 “팝음악이 얼마 만에 국내 음원차트 톱10에 오른 건지 모르겠다”며 놀라더군요. 갑자기 아델의 ‘헬로’처럼 국내 음악팬들에게 관심을 받은 외국곡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궁금했습니다. 멜론에 요청해 2004년 11월22일부터 2015년 22일까지 종합 주간 차트 톱10에 오른 곡에 대한 자료를 뽑아봤더니 ‘헬로’를 포함해 딱 8곡이 나오더군요(2004년을 기준으로 한 건 이전에는 가요만 종합차트 집계 기준으로 삼아서입니다).
그렇다면 지난 10여 년 동안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외국곡은 무엇일까요. 아이돌그룹 엔싱크 출신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노래나, 비욘세의 노래를 예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2014년 개봉한 ‘겨울왕국’의 주제곡인‘렛 잇 고’였습니다. 같은 해 1월20일부터 3월2일까지 무려 6주 동안이나 톱10에 머물렀고, 이 기간 중 첫 2주 동안은 1위까지 차지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의 딸인 사랑이도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의 한 코너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부르고, ‘엘사 드레스 열풍’까지 일 정도로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곡이라 가능했던 일입니다. 조사기간 중 외국곡이 이 차트에서 1위를 한 건 ‘렛 잇 고’가 유일했습니다.
국내에선 영화 음악 삽입곡이 특히 차트에서 강세를 보였습니다. ‘렛 잇 고’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사랑을 받은 곡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비긴 어게인’ 수록곡인 ‘로스트 스타즈’였습니다. 지난해 9월8일부터 10월19일까지 6주 동안 톱10에 머물렀고, 이 기간 중 최고 순위는 2위였습니다. 또 다른 수록 곡 ‘노 원 엘스 라이크 유’도 지난해 9월15일부터 9월21일까지 한 주 동안 톱10(9위)에 올랐더군요. ‘비긴 어게인’ 수록곡들을 국내 음악팬들이 많이 찾았다는 얘기죠. 지난해 8월 개봉한 ‘비긴 어게인’은 외국 다양성영화로서는 최초로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극중 싱어송라이터인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의 성장기를 다룬 음악영화인 ‘비긴 어게인’에는 앞서 두 노래를 부른 그룹 마룬5의 리드보컬 애덤 리바인이 실제 음악인으로 참여해 화제가 됐습니다. ‘로스트 스타즈’는 그레타가 전 남자친구였던 데이브(애덤 리바인)가 그의 공연에서 그레타가 만든 노래를 부르는 걸 보고 애잔하게 돌아서는 모습에 나온 곡입니다. 이 영화뿐 아니라 영화 삽입곡이 한국에서 특히 인기가 높아 리바인은 월드투어에선 좀처럼 부르지 않는 ‘로스트 스타즈’를 지난 10월 내한공연에서 불러 국내 관객들이 열광하기도 했습니다.
‘해외 가수 음원킹’은 마룬5 애덤 리바인
해외 가수로는 리바인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비긴 어게인’에 수록된 두 곡과 더불어 지난해 낸 마룬5 음반 ‘맵스’ 타이틀곡 ‘맵스’를 주간종합차트 톱10에 3주(2014년 6월16일~7월13일)동안 올렸습니다. 세 곡이나 이 차트 톱10에 순위를 올린 해외 음악인은 리바인뿐 입니다.
이외에 배우 겸 가수인 아리나아 그란데가 부른 ‘프라블럼’이 6주(2014년12월15일~2015년1월25일) 동안 톱10차트에 머물려 최고 순위 2위에까지 오르며 인기를 누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비영어권 가수로는 일본의 나카시마 미카가 유일하게 주간종합차트 톱10에 올랐습니다. 2004년 낸 음반 ‘러브’ 수록곡 ‘눈의 꽃’이 5주(2004년 11월22일~12월26일)동안 톱10에 머물렀고, 최고 3위까지 올랐습니다. 국내에선 박효신이 리메이크해 큰 사랑을 받기도 했죠. 이 노래는 2004년 방송돼 인기를 끈 소지섭 임수정 주연의 TV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이 자료를 보니 국내에서 흥행한 영화에 삽입돼 화제가 된 곡이 아니면 국내 음악팬들의 큰 사랑을 받기 어렵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 동안은 주간종합차트 톱10에 오른 해외 곡이 하나도 없는 걸 보니 국내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해외음악의 현실이 아쉽기도 했습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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