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성(70ㆍ사진)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 의장이 지구온난화 대응에 대한 한국 산업계의 반발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회성 의장은 3일(현지시간)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파리 르부르제 전시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세계 최대 정유회사인 미국의 엑손모빌조차 이번 파리 총회의 성공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 산업계와 대조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다른 나라보다 한 발 앞선 기후변화 대응기술 개발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자국에 화석연료가 많은 미국과 중국마저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인데 화석연료도 잘 나지 않는 한국의 산업계가 온실가스 감축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비용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앞서 2일 엑손모빌은 공식성명을 내고 “파리 총회에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길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파리 회의는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 이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가 참여하는 신 기후체제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국내 경제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정부의 과도한 감축목표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암 덩어리 규제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 6월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를 줄이겠다고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목표(INDC)를 밝힌 상태다. 현재까지 196개 당사국 중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5%를 차지하는 183개국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기후변화협약 사무국(UNFCCC)에 INDC를 제출했다.
이 의장은 온실가스 감축 주요 방안으로 “탄소가격제 도입”을 제시했다. 탄소가격제는 물건을 완성하기까지 발생한 탄소배출량에 가격을 매기는 제도로, 온실가스가 많이 배출되는 고탄소 제품은 가격이 올라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마련한 ‘탄소세’를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과 확대보급 등에 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러면서도 이 의장은 이번 파리 총회의 최대 갈등사항으로 꼽힌 INDC의 국제적 구속력 부여 문제에 대해 “협약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과 군서도서국연합(AOSIS) 등이 주장하는 것처럼 INDC 자체에 감축 의무를 부과하면 “협약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위기를 만들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국제적 구속력을 부여하지 않더라도 INDC 이행상황을 각국이 서로 비교하면서 압박하는 상황이 마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상 INDC에 국제적 구속력 부여를 거부하는 한국 미국 중국 등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어 그는 “IPCC는 5차 보고서까지 지구온난화를 입증하는데 주력해 왔다”며 “6차 보고서에는 지구온난화 방지, 기후변화 적응에 관한 내용을 주로 담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지난 10월 7일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열린 의장 선거에서 제6대 IPCC 의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올해 10월부터 제6차 IPCC 평가보고서가 완료되는 5~7년 정도다.
파리(프랑스)=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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