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면 상승으로 몰디브가 처한 지구온난화 위협은 몰디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몰디브와 같은 도서국가를 살리는 것은 전 세계를 위한 일입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가장 바쁜 나라가 몰디브다. 2,000개 섬으로 이뤄진 인도양의 세계적 휴양지 몰디브가 온실가스 감축문제를 주도하려는 것은 지구온난화 위협에 직접 노출된 때문이다. 몰디브는 해수면 상승으로 향후 수십 년 안에 지도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총회 4일째인 3일(현지시간) 파리 르부르제 전시장에서 만난 몰디브의 쏘릭 이브라힘(사진ㆍ46) 환경에너지부 장관은 몰디브의 현실이 멀지 않은 세계의 미래임을 먼저 강조했다. 그는 “각국이 제출한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목표(INDC)에 국제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것이 지구를 구하는 방법”며 “참가국들이 얼마나 정치적 의지를 보여줄 지가 총회의 관건”이라고 했다.
현재까지 196개 당사국 중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5%를 차지하는 183개국이 기후변화협약 사무국(UNFCCC)에 INDC를 제출했다. 한국은 지난 6월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을 INDC로 내걸었다. 그러나 이번 파리 총회의 최대 쟁점은 감축규모가 아니라 INDC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문제다. 유럽연합(EU) 군소도서국연합(AOSIS) 등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교토의정서’처럼 INDC 감축목표 자체에 구속력을 부여하자는 입장인 반면 한국 미국 등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투발루 등 39개 섬나라로 구성된 AOSIS를 이끌고 있는 이브라힘 장관은 국가의 생존권이 달려 있는 만큼 구속력 있는 협정이 나오길 촉구했다. 그는 “지구온난화로 생존에 위협을 느끼는 국가들에게 한국이 우선적으로 해줄 수 있는 일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일”이라며, 선진 개발도상국인 한국의 ‘책임 있는 모습’도 당부했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2011년 기준)은 전 세계 7위다.
이브라힘 장관은 이날 2020년 이후 1,000억달러 이상의 기후변화ㆍ적응 재원 마련을 제안했다. 현재 선진국은 2020년까지 1,000억달러의 기후재원을 마련하기로 한 상태이나 그 이후에 대해선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다. 특히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바닷물을 담수화해 식수 문제를 해결해 줄 방안이 절실하다”고 요청했다. 몰디브는 연간 3개월이던 건기가 최근 5개월로 늘어 식수 부족을 겪고 있다. 이브라힘 장관은 “몰디브는 이산화탄소 실질 배출량이 제로(0)인 탄소중립 국가가 목표”라며 “태양광ㆍ태양열 발전으로 모든 에너지를 얻는 리조트를 올해 개장하는 등 저탄소 경제 구축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몰디브와 태평양의 투발루ㆍ마셜제도ㆍ나우루공화국 등은 해수면 상승과 이상기후로 국토가 침수돼 향후 수십년 안에 지도 상에서 사라질 대표적인 지구온난화 피해국이다. 몰디브는 국토의 평균 해발 높이가 1.5~2m인데다가 국민의 42%가 해안가에 살고 있다. 2009년에는 국토 침수에 대비해 인도와 스리랑카 호주에 땅을 매입해 이주지를 확보하는 계획도 세웠다.
지난달 30일 COP 21 개막 정상회의에서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2도 이내로 하자는 국제적 목표를 1.5도 이하로 강화해야 한다”고 몰디브가 주장하고 나선 것도 이러한 생존의 위협 때문이다.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는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상당히 실현돼도 2100년까지 평균 해수면 높이가 47㎝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파리=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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