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가까이 학내 분규가 이어졌던 동국대 사태가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진 전원의 사퇴 결의로 해결 국면을 맞게 됐다. 학생, 교수 등 학내 구성원이 하나로 뭉쳐 학교 측을 움직인 점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고공농성과 단식투쟁 등 극한의 방식 없이는 대화조차 할 수 없는 대학사회의 불통 문화는 바꿔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한만수 동국대 교수협의회장은 총장 보광 스님과 이사장 일면 스님의 퇴진을 요구하며 단식에 동참한 계기를 ‘안타까움’ 때문이라고 했다. 한 교수는 4일 전화 통화에서 “처음에는 며칠이나 버틸까 했던 부총학생회장 김건중군의 단식이 11월 10일 26일째 이어지며 건강이 급속히 악화됐다. 젊은 청년의 희생을 보며 ‘내가 어른인데’라는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몰려 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날로 학교 본관 앞에 텐트를 치고 단식에 들어갔다.
최장훈(30) 동국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은 올해 5월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그는 5월 16일 동국대 사태를 알리기 위해 교내 만해광장에 있는 15m 높이의 조명탑에 올랐다. 동료들이 밧줄로 올려주는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천막에 의지해 비바람을 막아냈으나 학교 측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는 “상식 수준의 요구를 해도 듣는 척도 안 하니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 1년 내내 총장, 이사장을 대변하는 학교 측은 선출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뇔 뿐, 두 사람에게 쏟아진 논문 표절 및 문화재 절도 의혹에 대해서는 외면으로 일관했다. 김건중씨가 단식으로 목숨이 위태롭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제야 언론의 관심이 쏟아졌고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수불 스님 등 이사진 일부가 학생 지지를 선언하고 문과대 학과장 전원이 보직을 사퇴하는 등 학내 여론도 돌아섰다.
이처럼 대학 사회에서 학생, 교수, 학교 사이의 수평적ㆍ민주적 관계가 무너지면 극단적 갈등이 불거진다. 앞서 이은재 감리교신학대 총여학생회장은 인사비리 의혹이 불거진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 5월 고공 농성을 벌였다. 중앙대, 건국대, 수원대 등에서도 학과 구조조정, 대학 민주화를 놓고 학생과 학교 측이 극한 갈등을 벌였다.
한 교수는 “대학 설립자와 이사회에 모든 권력이 집중돼 10년을 투쟁해도 부조리가 바뀌지 않는 대학들이 숱하게 많다”며 “동국대가 일년 만에 분규를 해결한 것은 한국 사립대 현실에서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최장훈 씨는 “학교 사회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사립학교법을 개선해 학교 본부와 구성원 사이에 평등한 의사전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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