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륜은 기술 경륜이다.
이번 시즌 특징은 현란한 조종술과 운영센스를 가진 선수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과거 파워위주의 강자들이 리그를 호령하던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올 시즌 양상이 달라진 가장 큰 이유 '기어 상한제' 덕분이다.
경륜 초기 기어는 3.33이 대세였지만 한때는 4.5 이상까지 치솟기도 했었다. 이 기간 경륜 훈련원에서는 한 바퀴 선행을 소화할 수 있는 자력 승부 능력을 강조했다. 선수들 역시 근력 향상에 몰두했다. 덕분에 전개는 매우 빨라졌지만 경륜 특유의 반전과 반전이 거듭되는 모습이나 축을 놓고 물고 물리는 마크맨들의 접전은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올해는 선행을 승부수로 하는 '정통파' 못지않게 마크 등의 기술을 앞세우는 '테크니션' 들이 각광받는 추세다.
이들의 출현은 또 경륜의 묘미를 배가시키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야구로 치면 강속구 투수가 아닌 기교파 투수로 비유할 수 있다.
경륜에도 엄연히 테크니션의 계보가 있다.
1기 원조 허은회를 시작으로 2기 강광효·권태원이 선구자임을 자처했다면 이후 윤진철(4기) 김우년(5기 은퇴)이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경륜 황제 4기 엄인영의 등장과 함께 한동안 뚝 끊겼다가 10기 박일호 그리고 이후엔 또 이렇다 할 인물이 없었다.
공교롭게도 테크니션들이 자취를 감췄던 시키는 고기어 광풍을 몰로 온 4기 엄인영·11기 조호성·노태경(13기)·이욱동(15기)·이명현(16기)이 절정이던 시기다. 이때는 모든 선수들이 그야말로 '고기어 적응'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지난주 일요 결승은 전년도 그랑프리이자 올 시즌 랭킹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이현구의 독무대가 유력했다. 하지만 수도권 최고의 테크니션이자 두뇌플레이어의 대명사로 꼽히는 김형완에게 일격을 당했다. 당시 김형완은 두개의 라인이 다툼을 벌이는 사이 특유의 동물적 판단과 전환 능력을 앞세워 전세를 뒤집었다.
올 시즌 기세가 전체적으로 좋지 못했던 박용범은 2주전 결승 우승과 함께 모처럼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랑프리를 앞둔 시점이라 더욱 주목되는데 박용범의 몸싸움 능력은 이미 자타가 공인 최고 레벨. 여기에 조종술이나 상황에 따른 전환능력, 막판 돌파력. 특히 라인의 선두나 후위에서 자유롭게 공수를 조율하는 능력 역시 당대 최고란 평가를 받고 있다.
경륜 전문가들은 "최근 신진 선수들을 중심으로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하는 작업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이제 단순히 힘만 가지고는 그 한계가 올 수 있는 시대를 맞았다. 상대나 상황에 따른 대응능력이 일품인 테크니션 즉 두뇌플레이어들을 주목해 봐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채준 기자 dooria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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