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3일 경제ㆍ외교의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중유럽 중견 4개국과의 정상외교를 통해 50조원 규모의 중유럽 인프라시장 진출 길을 열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체코 프라하에서 체코ㆍ폴란드ㆍ헝가리ㆍ슬로바키아가 1991년 결성한 경제협의체인 ‘비세그라드 그룹(V4)’ 소속 정상들과 다자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폴란드ㆍ헝가리ㆍ슬로바키아와 연쇄 양자 정상회담을 열었다. 한국과 V4 국가들이 2014년 고위급 5자 회의를 만들고 올해 정상급 회의로 격상시킨 이후 대통령이 정상들을 만나 협력 강화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과 4개국 정상들은 ‘한ㆍV4 인프라 고위급 회의’와 ‘에너지 협의 채널’을 만들자는 데 의견을 모으고, 이를 비롯한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4개국이 유럽연합(EU) 펀드를 활용해 추진 중인 인프라사업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진출 발판을 마련함으로써 중동ㆍ아시아에 이은 새로운 인프라시장을 성장동력으로 삼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U 펀드는 지역간 경제불균형 해소를 위해 조성된 430조원 규모의 기금으로, 167조원(40%)이 V4에 배정됐고 V4 국가들은 이 중 최소 50조원을 인프라 건설에 투입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슬로바키아 신규 원전(5조원), 헝가리 지하철(2조8,000억원), 폴란드 교통요금 징수시스템(580억원) 건설 등 우리 기업들이 노리는 사업 수주를 각국 정상들이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옛 공산권이었던 V4 4개국은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21명이나 배출한 기초과학 강국들이다. 이에 정상회담에서는 한국의 응용과학과 V4의 기초과학을 접목해 과학기술 공동연구를 활성화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청와대는 “한ㆍ헝가리 공동연구로 개발한 ‘그래핀’에 이은 성공 사례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해 양국이 나노기술을 이용해 함께 만든 그래핀은 ‘꿈의 신소재’로 인정받으며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에 실렸고 현재는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한국의 유럽 내 대표적 수출시장인 V4 국가들은 유럽의 중앙에 위치한 입지, 우수한 노동력, 외국인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 등 경제협력을 확대할 우호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이에 공동선언문에는 한국ㆍV4 간 무역과 투자를 확대하고 박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추진 과정에서 교통ㆍ물류ㆍ통신인프라 구축을 위해 힘을 모은다는 내용도 담겼다.
프라하(체코)=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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