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이슬람 국가)는 새로운 국가 체제를 건설하겠다고 했지만, 알고 보니 도둑들에 불과했습니다.”
수니파 무장단체 IS가 ‘순수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겠다’며 전 세계인들을 상대로 과격 테러를 선동하고 있지만, 그들의 약속은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즈가 3일 최근 IS 치하에서 탈출한 난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분석했다.
시리아 여 교사 데이르 알 주르씨는 최근 IS 체제 하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포기하고 터키 남부도시 샨리우르파로 탈출했다. IS가 마을을 점령한 후, 음악과 미술을 금지하는 등 교육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를 무시하고 비누로 조각하는 법을 가르치던 동료 교사들이 처형되는 장면을 목격한 뒤 탈출을 결심했다. 그는 “시리아 정부가 학교를 폐쇄했을 때에도, 열악하긴 했지만 ‘임시 학교’ 형태로 교육은 계속됐다”며 “그러나 IS가 들어오고 나서 교육다운 교육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원유 생산 기술자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그는 시리아 정부가 자신이 납품한 석유 대금을 떼어먹자, IS를 위해 원유를 생산하게 됐다. 하지만 IS 치하에서는 아이들은 학교에 갈 수 없었고 이동의 자유도 제한되는 등 삶이 피폐해졌다. 결국 그도 가족들과 함께 시리아를 도망쳐 나왔다.
탈주민 증언을 종합하면 IS의 거창한 ‘이슬람 국가’ 건국 꿈은 점점 더 엉뚱한 길로 빠져들고 있다. 서방국가 연합의 강력한 공습, 쿠드르족ㆍ시아파 군대의 합동 공격으로 인한 압박이 거세지면서부터다.
특히 억압적 체제를 견디지 못해 서방 세계로 도주하는 전문 인력들이 늘어나면서 의료ㆍ복지ㆍ생산 분야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IS는 어쩔 수 없이 전문 인력이 필요한 요직에 ‘IS 핵심 멤버’들을 배치하고 있지만, 부작용만 낳고 있다. 의료 시설 원장에 건설 노동자가 임명되는가 하면, 최근에는 원유 생산업체 대표로 상인 출신 인물이 부임했다. 게다가 IS는 남성 의사들이 여성 환자들을 진료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 여성 환자들을 특정 구역에 몰아 넣은 뒤 무자격 산파 여성들을 고용해 이들을 돌보는 실정이다.
여기에 재정난이 가중돼 일부 전투병들까지 임금을 삭감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IS는 세금과 범칙금ㆍ과태료 등을 늘려 재정난을 해결하려 하지만, 이것이 점령지 주민들의 반발을 사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르카(전신을 덮는 가리개) 미착용 등 복장 위반의 경우 금 1g과 맞먹는 액수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는 것이 탈주민들의 증언이다.
뉴욕타임즈는 “IS가 알 카에다와 가장 구별되는 목표가 ‘그들만의 국가 건설’인데,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지면서 IS 존재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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