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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초침따라 흐르는 서스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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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초침따라 흐르는 서스펜스

입력
2015.12.0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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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는 한 여성 수사관을 지렛대 삼아 마약 전쟁의 추악한 이면을 들춰낸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는 한 여성 수사관을 지렛대 삼아 마약 전쟁의 추악한 이면을 들춰낸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차갑다. 냉각 직전의 물 속에 손을 넣은 듯하다. 마약조직과의 전쟁을 다룬 미국 영화인데 액션의 호쾌함은 없고 현실의 냉정이 스크린을 지배한다. 극장 문을 나설 때면 어느 영화 못지않게 현실세계가 잔혹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뒷목이 서늘한 영화다.

미국 영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는 매우 사실적이다. 과장된 연기도 없고 확대 해석된 현실도 등장하지 않는다. 사실에 충실한 장면 하나하나가 잔물결처럼 출렁이다 서스펜스의 파도를 만들어낸다.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 케이트(에밀리 블런트)와 미 중앙정보부(CIA) 요원 맷(조쉬 브롤린), 정체불명의 인물 알레한드로(베니치오 델 토로)가 극을 이끄는 삼각 축이다. 마약밀매조직을 쫓던 케이트는 담대한 정신력과 민첩한 몸짓 등을 높게 평가 받아 맷이 지휘하는 비밀작전에 차출된다. 어느 곳으로 무엇을 위해 가는 줄도 모르면서 작전에 참여하게 된 케이트는 작전 조언자로 온 컬럼비아인 알레한드로에 의문을 품게 된다.

마약과 범죄의 도시로 악명 높은 멕시코 후아레즈에 도착한 뒤에야 케이트는 자신이 참여한 작전의 일면과 마주한다. 수단을 가리지 않고 멕시코 마약 조직의 두목을 제거하려는 맷, 작전을 활용해 사적인 복수를 단행하려는 알레한드로, 합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맷과 알레한드로를 제어하려는 케이트가 서로 갈등하고 협력하며 영화는 절정을 향한다.

감독은 캐나다 출신의 드니 빌뇌브다. ‘그을린 사랑’(2010)으로 국내 예술영화팬들에게 이름을 알린 그는 전작 ‘프리즈너’와 ‘에너미’(이상 2013) 등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안단테 화법으로 관객에게 접근한다.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키는 화면과 음산한 음악으로 서서히 관객의 심장을 죈다. 작전차량의 긴박한 움직임을 포착해내는 조밀한 편집, 1인칭 시점을 적용한 카메라 기법 등을 통해 관객은 작전에 참여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적이 눈앞에 없어도 언제 생명이 위협 받을지 알 수 없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FBI 대원의 심정을 실감하게 된다.

제아무리 선한 쪽이라도 악을 제어하기 위해 악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상징하는 절정부가 특히 인상적이다. 알레한드로의 비밀스러운 과거와 맷이 꾀한 작전의 진정한 목적도 절정에 이르러서야 드러난다. 알 수 없는 스릴과 공포로 관객을 잔뜩 움츠리게 만드는 수작이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다. 3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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