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말, A(59)씨는 남편이 구두를 집어 던지고 거친 욕설을 내뱉자 맨발로 집을 뛰쳐나왔다. 남편 B(61)씨가 부인과 함께 운영하던 주유소 건물과 부지를 담보로 해 10억원을 빌린 게 문제였다. 나중에 이를 알게 된 A씨가 “당신 명의로 돼 있다고 모두 당신 재산이 아니다”며 항의하자 격분해 행패를 부린 것이다.
B씨는 평소에도 아내가 의견을 내면 “토를 단다”며 손찌검하고, 자식들 앞에서 모욕을 주곤 했다. 심지어 자궁암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일 때도 “왜 내 어머니를 잘 모시지 않냐”며 힐난했다. 집을 나온 A씨는 2013년 2월 결국 이혼소송을 냈고, 결혼 29년 만에 부부 관계는 깨졌다.
하지만 남편은 분할 재산을 줄이기 위해 꼼수를 썼다. 이혼소송 한달 뒤 자신 명의의 경기 양평군 1,809㎡ 땅에 친구 C씨 명의로 근저당권 설정을 한 것이다. 이에 A씨는 자신이 받을 재산을 회복시켜 달라는 추가 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부장 권태형)는 부부는 이혼하고, B씨는 아내에게 위자료 2,000만원과 재산분할로 1억2,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B씨는 이혼사유가 없다는 주장만 하고, 관계개선 노력은 안 했다”며 혼인 파탄 책임을 남편에게 지웠다. 주유소 재산도 상당 부분은 아내 몫임을 인정하고, B씨가 친구 이름으로 설정한 근저당권도 취소토록 했다. B씨는 7억원의 채무가 있다며 재산분할을 줄이려 했지만, 재판부는 근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현곤 변호사는 “이혼당사자가 재산분할의무를 피하려 재산을 타인에게 처분하는 경우, 재산분할 판결 전에도 소송으로 문제 재산을 되돌려 놨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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