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고소한 맛이 생각나는 계절. 고로케가 딱이다. 고로케 마니아들 사이에서 신흥 맛집으로 떠오른 가게가 있다. 안가보면 평생 후회하게 될 그 곳. 바로 ‘수성고로케’다. 햄, 치즈, 카레, 새우, 감자, 피자 등 속이 꽉 찬 맛좋은 고로케가 입소문을 타고 대구 전역에 단골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점심 즈음에 문을 열어 그 날 만든 고로케가 다 팔릴 때 마감하는데, 해질 무렵이면 벌써 ‘간당간당’하다. 빨리 안 가면 빈 손으로 쓸쓸히 발길을 돌려야한다.
어머니의 손맛을 믿고 시작한 ‘고로케’
시작은 쉽지 않았다. 김동관 사장(33)의 본전공은 컴퓨터. 영 취미가 없었다. 전공과 상관없는 직업을 택했다. 휴대폰 관련으로 일을 시작했다. 손으로는 휴대폰을 만지면서도 늘 나만의 사업을 할 생각이 그득했다. 틀에 박힌 일이 아닌, 사람들과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창업에 대한 두려움과 아이템에 대한 고민으로 주저하고 있을 때, 즐겨먹던 경북예고 앞 유명 고로케집이 생각났다. 젊은 사장님이 열심히 하는 모습에 ‘나도 한번 해보자’ 마음이 동했다. 결심을 하고 나자 또 다른 난관이 나타났다 어머니가 반대하고 나섰다.
“라면밖에 끓일 줄 모르는 애가 무슨 음식 창업이냐고 어머니가 말리셨죠. 하지만 저는 어머니를 믿고 시작했어요. 어머니 손맛이 좋거든요. 저에게도 그 유전자가 있지 않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믿음이 있었어요.”
결심을 하고 바로 야간 제과제빵학원 수업을 끊었다. 퇴근과 동시에 제빵학원을 가는 일상이 시작됐다. 열심히는 했지만 수업을 들을수록 자신감보다는 ‘이렇게 해서는 아무것도 안 된다’는 불안감이 강해졌다. 쿠킹클래스 체험정도일 뿐 실제 장사할 수 있는 기술을 연마할 수는 없었다. 결단이 필요했다. 실제 현장에서 배우고자 2012년 과감하게 회사를 퇴사하고 전통시장에 있는 고로케가게에 취직했다. 반년이 넘게 새벽부터 나와 청소와 주방 일을 했다. 퇴근 후에는 가게를 열 자리를 알아보려고 온 대구를 누볐다. 쉴 틈이 없었다.
“제가 남들보다 배우는 게 느려요. 늦게 시작한 만큼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을 냈죠. 처음에는 손님 오시는 것도 무서웠는데, ‘내 가게’에 대한 꿈으로 버틸 수 있었어요.”
‘행복한 고로케’부터 ‘수성고로케’까지
발품을 판 덕에 집 근처 중동시장에 첫 가게 자리를 계약했다. 하지만 오픈은 만만치 않았다. 근 한 달 넘게 오픈하지 못했다.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회사 다닐 때와는 전혀 다른 마음을 가져야 되겠더라고요. 회사일은 내가 안하면 누군가 하겠거니 라는 생각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데, 장사는 다 제 몫이니까 제가 다 해야 했죠.”
가게 설비 구매부터 인테리어까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2012년 12월 중동시장에 ‘행복한 고로케’로 첫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차근히 해내는 아들의 모습에 반대하던 어머니도 재료손질부터 가게보조까지 제일 든든한 조력자가 되었다. 어머니의 도움에 그의 성실함까지 더해져 ‘행복한 고로케’로 수많은 손님들께 행복을 나눠줄 수 있었다. 더 많은 분들에게 고로케를 맛보이고 싶단 바람으로 2015년 3월 지금의 수성동4가로 가게를 이전했다. 새로운 위치, 새로운 고객들을 마주하게 되어 불안할 수도 있었지만, 지난날의 경험은 김 사장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전과 함께 상호도 바꿨어요. 행복한 고로케라는 가게가 꽤 있더라고요. 하나밖에 없는 수성구를 대표하는 고로케집이 되고 싶다는 욕심과 포부를 담아 상호도 ‘수성고로케’로 변경했어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그 가게’를 꿈꾸며
김 사장이 밝힌 수성고로케의 대박행진 비결은 ‘사람’. 뻔한 대답일수도 있지만, ‘사람’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고로케를 사러 오셨으니 맛있는 고로케만 만들면 된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어요. ‘장보고 오셨나 봐요~’, ‘퇴근하셨어요?’ 간단한 대화지만 저는 고로케와 함께 오늘을 나누고 싶어요.”
트랜드의 변화와 새로운 메뉴 개발까지 앞으로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취업이 아닌 창업을 한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돈을 떠나, 내일에 대한 기대감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일을 꿈꾸는 김 사장의 최종 목표는 사람들과 즐거움을 나누는 바로 ‘그 가게’다.
“거대 프랜차이즈가 되는 것보다 저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변치 않는 가게가 되고 싶어요. 수십 년이 지나도 언제나 변함없이 맛있는 고로케와 즐거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장님이 있는 따뜻한 가게. 그런 따뜻한 가게를 위해 오늘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윤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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