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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 고로케 김동관 대표

입력
2015.12.02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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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 수성고로케대표가 고로케를 들고 환히 웃고 있다. 김광원기자
김동관 수성고로케대표가 고로케를 들고 환히 웃고 있다. 김광원기자

따뜻하고 고소한 맛이 생각나는 계절. 고로케가 딱이다. 고로케 마니아들 사이에서 신흥 맛집으로 떠오른 가게가 있다. 안가보면 평생 후회하게 될 그 곳. 바로 ‘수성고로케’다. 햄, 치즈, 카레, 새우, 감자, 피자 등 속이 꽉 찬 맛좋은 고로케가 입소문을 타고 대구 전역에 단골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점심 즈음에 문을 열어 그 날 만든 고로케가 다 팔릴 때 마감하는데, 해질 무렵이면 벌써 ‘간당간당’하다. 빨리 안 가면 빈 손으로 쓸쓸히 발길을 돌려야한다.

어머니의 손맛을 믿고 시작한 ‘고로케’

시작은 쉽지 않았다. 김동관 사장(33)의 본전공은 컴퓨터. 영 취미가 없었다. 전공과 상관없는 직업을 택했다. 휴대폰 관련으로 일을 시작했다. 손으로는 휴대폰을 만지면서도 늘 나만의 사업을 할 생각이 그득했다. 틀에 박힌 일이 아닌, 사람들과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창업에 대한 두려움과 아이템에 대한 고민으로 주저하고 있을 때, 즐겨먹던 경북예고 앞 유명 고로케집이 생각났다. 젊은 사장님이 열심히 하는 모습에 ‘나도 한번 해보자’ 마음이 동했다. 결심을 하고 나자 또 다른 난관이 나타났다 어머니가 반대하고 나섰다.

“라면밖에 끓일 줄 모르는 애가 무슨 음식 창업이냐고 어머니가 말리셨죠. 하지만 저는 어머니를 믿고 시작했어요. 어머니 손맛이 좋거든요. 저에게도 그 유전자가 있지 않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믿음이 있었어요.”

결심을 하고 바로 야간 제과제빵학원 수업을 끊었다. 퇴근과 동시에 제빵학원을 가는 일상이 시작됐다. 열심히는 했지만 수업을 들을수록 자신감보다는 ‘이렇게 해서는 아무것도 안 된다’는 불안감이 강해졌다. 쿠킹클래스 체험정도일 뿐 실제 장사할 수 있는 기술을 연마할 수는 없었다. 결단이 필요했다. 실제 현장에서 배우고자 2012년 과감하게 회사를 퇴사하고 전통시장에 있는 고로케가게에 취직했다. 반년이 넘게 새벽부터 나와 청소와 주방 일을 했다. 퇴근 후에는 가게를 열 자리를 알아보려고 온 대구를 누볐다. 쉴 틈이 없었다.

“제가 남들보다 배우는 게 느려요. 늦게 시작한 만큼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을 냈죠. 처음에는 손님 오시는 것도 무서웠는데, ‘내 가게’에 대한 꿈으로 버틸 수 있었어요.”

‘행복한 고로케’부터 ‘수성고로케’까지

발품을 판 덕에 집 근처 중동시장에 첫 가게 자리를 계약했다. 하지만 오픈은 만만치 않았다. 근 한 달 넘게 오픈하지 못했다.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회사 다닐 때와는 전혀 다른 마음을 가져야 되겠더라고요. 회사일은 내가 안하면 누군가 하겠거니 라는 생각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데, 장사는 다 제 몫이니까 제가 다 해야 했죠.”

가게 설비 구매부터 인테리어까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2012년 12월 중동시장에 ‘행복한 고로케’로 첫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차근히 해내는 아들의 모습에 반대하던 어머니도 재료손질부터 가게보조까지 제일 든든한 조력자가 되었다. 어머니의 도움에 그의 성실함까지 더해져 ‘행복한 고로케’로 수많은 손님들께 행복을 나눠줄 수 있었다. 더 많은 분들에게 고로케를 맛보이고 싶단 바람으로 2015년 3월 지금의 수성동4가로 가게를 이전했다. 새로운 위치, 새로운 고객들을 마주하게 되어 불안할 수도 있었지만, 지난날의 경험은 김 사장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전과 함께 상호도 바꿨어요. 행복한 고로케라는 가게가 꽤 있더라고요. 하나밖에 없는 수성구를 대표하는 고로케집이 되고 싶다는 욕심과 포부를 담아 상호도 ‘수성고로케’로 변경했어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그 가게’를 꿈꾸며

김 사장이 밝힌 수성고로케의 대박행진 비결은 ‘사람’. 뻔한 대답일수도 있지만, ‘사람’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고로케를 사러 오셨으니 맛있는 고로케만 만들면 된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어요. ‘장보고 오셨나 봐요~’, ‘퇴근하셨어요?’ 간단한 대화지만 저는 고로케와 함께 오늘을 나누고 싶어요.”

트랜드의 변화와 새로운 메뉴 개발까지 앞으로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취업이 아닌 창업을 한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돈을 떠나, 내일에 대한 기대감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일을 꿈꾸는 김 사장의 최종 목표는 사람들과 즐거움을 나누는 바로 ‘그 가게’다.

“거대 프랜차이즈가 되는 것보다 저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변치 않는 가게가 되고 싶어요. 수십 년이 지나도 언제나 변함없이 맛있는 고로케와 즐거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장님이 있는 따뜻한 가게. 그런 따뜻한 가게를 위해 오늘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윤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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