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있음.
지난 1일 일일 흥행순위 1, 2위에 각각 오른 ‘내부자들’과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는 장르만 따지면 결이 전혀 다른 영화들이다. ‘내부자들’은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권력층의 검은 결탁을 고발하는 스릴러이고,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는 사회초년생의 고단한 직장생활을 통해 웃음과 감동을 빚어내려 한다. 그럼에도 두 영화의 공통분모는 제법 크다.
두 영화는 언론인이 이야기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아직은 칼보다 강하다 여겨지는 펜을 지닌 사람들의 일상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내부자들’에선 정계, 재계와 관계를 맺으며 영향력을 발휘하는 종합일간지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가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는 스포츠신문 연예부를 배경으로 신입 기자 도라희의 좌충우돌을 묘사한다. 두 영화의 표면적인 공통점이다.
두 영화를 보다 보면 한국사회가 지옥도에 가깝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내부자들’의 사회지배층은 권력과 돈을 위해서라면 권모술수를 마다하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은 호걸들만의 놀이문화처럼 음탕한 술자리를 호탕하게 즐긴다. 사회를 움직이는 자들은 비밀스러운 친교를 통해 더욱 밀착한다.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는 코미디에 방점을 찍으나 잿빛 한국사회 또한 조명한다. 도라희가 죽도록 공부해서 겨우 들어간 신문사는 신입이라는 이유로 월 100만원을 채 주지 않는다. 도라희가 급여 입금을 알리는 휴대폰 문자를 받자마자 월세와 각종 공과금으로 급여가 모두 빠져나가는 장면은 너무나 현실적이라 진부하다.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들춰내는 대부분의 영화들처럼 ‘내부자들’과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의 심지 곧은 주인공들은 갖은 역경을 딛고 ‘바른 사회 건설’에 이바지한다. 하지만 두 영화 속 정의실현 방식은 씁쓸하다.
‘내부자들’의 우장훈 검사는 유력 대권 후보에게 흘러 들어간 비자금과 권-언 유착을 수사하려 하나 외압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다. 결국 그는 잠입 수사 결과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폭로해 사회악 단죄라는 뜻을 이룬다.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의 도라희도 마찬가지다. 한 매니지먼트사의 악행을 특종 보도하려 하나 회사 간부들은 광고주의 압박에 굴복한다. 도라희의 동료들은 게재되지 못한 기사를 SNS에 퍼 나르며 도라희를 위기에서 구해낸다. 검찰과 언론사라는 조직이 조직원의 출세욕이나 경영난 때문에 사회가 요구하는 본연의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두 영화는 그렇게 암시한다.
내부 고발이나, 내부 개혁은 이제 순수했던 시절의 고어가 됐는지 모른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현실론이 가장 강력한 이데올로기로 작동하는 사회에 희망은 과연 있을까. ‘내부자들’과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의 통쾌한 결말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다.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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