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정보와 문자 통신은 ‘말’의 홍수를 만들어 낸다. 옛날 같았으면 잊혀질 말도 지금은 디지털로 ‘말의 기록’이 남고 훗날 거짓말로 탄로 나면 자승자박의 굴레가 되기도 한다. 옛말에 ‘너 자꾸 거짓말하면 엉덩이에 뿔난다’는 한국식 가르침도 있지만 미국의 꼬마들은 ‘너의 거짓말이 탄로 났다’며 친구를 놀릴 때 ‘Liar, Liar, pants on fire!’라고 한다. 언론에서는 ‘Pants on fire’ 어구를 ‘That’s a lie’(거짓말로 탄로 났는데 이제 어쩌시렵니까)라는 의미로 널리 사용하고 있다.
정치나 공공 분야에서 나오는 ‘말’의 진위를 가리는 것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 그래서 신문과 잡지사에는 연구팀과 조사팀이 있는데 그 가운데에는 fact-checker가 있다. 신문사별로 그 명칭이 다양하지만 Washington Post 신문사에는 Fact Checker가 있고 Times사가 활용하는 PolitiFact.com도 있다. 이들은 의회와 로비스트 백악관 등에서 나오는 발표 내용을 점검하고 원본과 대조하여 사실 여부를 가린다.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 원래의 약속대로 얼마나 이행되는지 확인하는 일도 한다.
어록이나 발표 내용의 진실성은 True, Mostly True, Half-True, Mostly False, False, 의 6단계로 분류된다. 이 중에서 ‘Pants on Fire!’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거짓말이나 허위 내용을 두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나 ‘일파만파’라고 말하는 것이다. 어린이들의 ‘거짓말이 탄로났다, 네 바지에 불이 났다, 이제 어쩔래’같은 놀림 구호가 어른들의 거짓말 진위 여부에 쓰이는 것은 씁쓸한 일이다. 6가지 단계에서 true만 빼고는 모두 거짓말의 정도를 논하고 있는데 그만큼 거짓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통신이 발달하지 못한 옛날에는 정부나 권력 기관의 말을 그대로 믿었던 시대도 있었지만 지금은 SNS 등으로 시민이 시민에게 실시간 중계를 하는 세상이다. 과거에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내용에 대해 ‘그렇게 말하면 그런 줄 알고 그대로 믿어라’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라’하는 시대가 있었고 이를 영어권에서는 ‘If it looks like a duck and walks like a duck, it is a duck’(오리처럼 보이고 오리처럼 걸으면 오리인 줄 알아라)라고 표현했다. 약간 다르게 ‘If it looks like a duck, swims like a duck, and quacks like a duck, then it probably is a duck’처럼 말해도 의미는 같은데 이것을 두고 일명 ‘duck test’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말만 그럴싸하게 하고 실천은 하지 않을 때 시위 현장에서는 ‘Liar, Liar, pacifier’와 같은 용어도 등장한다. 신뢰가 있는 사회에서는 ‘You’re a liar’라는 비난 한 마디가 가장 치욕스런 욕이지만 한국 사회의 뻔뻔한 정치인과 위정자들은 콧방귀도 뀌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도 fact-checking이 가능해져서 ‘Pants on fire’같은 거짓과 위선을 가려낸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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