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 산업을 찾기 위한 재계의 고민이 크다.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날로 줄어 전자ㆍ자동차ㆍ조선ㆍ철강ㆍ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의 지속 가능성에는 물음표가 붙은 지 오래다. 세계경제의 장기 침체까지 겹치다 보니 한국 산업경쟁력을 상징해 온 삼성그룹마저 대대적 구조조정에 나서야 할 정도로 변화는 당위가 됐다. 반면 미래산업은 신기루처럼 멀리로 아른거릴 뿐, 좀처럼 분명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재계만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고민이자 국민 모두의 걱정이다.
▦ 크게 보면 산업혁명 이래, 또 20세기 후반에 본격화한 기술혁명 이후로도 인간 삶의 기본 틀은 거의 그대로다. 그 사이 ‘정보기술(IT) 혁명’이나 ‘디지털 혁명’, ‘생명기술(BT) 혁명’이나 ‘유전자기술(GT) 혁명’ 등의 기술혁명이 잇따랐다. 그러나 어떤 것도 먹고, 마시고, 놀고, 소통하고, 아프고, 끝내는 죽어가는 인간의 순환ㆍ주기적 삶의 구조는 바꾸지 못했다. 더 편리하고, 편하고, 즐겁고, 질병에 오래 버틸 수 있게 했을 뿐이다.
▦ 미래산업도 결국 인간 삶의 내용을 조금 더 풍부하게 하는 일이고, 여러 분야에게 예고된 기술변화가 그 축일 수밖에 없다. 미래형 자동차와 선박, 각종 신소재, 바이오ㆍ신약, 지능형 로봇, 사물인터넷(IoT), 다중(多重) 쌍방향 소통 기술 등이다. 이 모든 기술 발전의 토대가 에너지 이용효율 극대화, 신ㆍ재생에너지 활용 확대를 내용으로 한 새로운 에너지 산업일 것도 분명하다. 미래산업은 개념필수적으로 친환경 녹색산업이다.
▦ 어느 분야든 대대적 모험투자에 따른 기업의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따라서 국가가 먼저 출발점을 마련해 기업의 모험심을 부추길 필요가 있다. 고(故) 김영삼 대통령은 ‘4대강 사업’(22조원)보다도 많은 26조원을 ‘맑은 물’ 사업에 투입했다. 새만금 지구 등에 아랍에미레이트(UAE)의 마스다르와 같은 진정한 ‘탄소제로 녹색도시’ 건설 실험에 나설 만한 돈이다. 환경ㆍ에너지 기술의 발전과 다른 산업으로의 파급효과가 엄청나고, 경기대책으로도 유효하다. 대형 정책이 아니어도 좋다. 일본이 최근 2020년부터 백열등과 형광등의 판매ㆍ수입을 금지한다는 방침으로 발광다이오드(LED) 산업에 탄력을 주었듯, 작은 것도 구체적이면 좋은 출발점이 된다.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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