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아마존의 관문도시는 이키토스(Iquitos)다. 볼리비아 에콰도르 콜롬비아 등이 아마존 유역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을 때, 페루가 아마존을 선점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하고 조성한 밀림 한가운데 위치한 도시다.
수도 리마에서 이키토스까지 가는 방법은 2가지. 비행기를 타거나 안데스 자락의 물줄기를 따라 일주일여 보트를 타고 내려오는 것이다. 아마존유역 한가운데 떨어져 있는 이 도시의 인구는 90만명. 외부와 도로로 연결되지 않은 거주지 중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다.
도시는 아마존강과 나나이강, 이타야강 등 3개 강이 아우르고 있다. 주변에서 생산된 원유와 목재 등은 아마존강에 실려 3,600㎞ 떨어진 대서양으로 보내진다. 19세기 후반 고무 생산의 중심지로 도시는 크게 성장했다. 20세기 초 고무 붐이 가라앉은 뒤엔 목재와 오일, 관광이 도시의 주요 산업이 됐다.
시내엔 차량이 많지 않다. 밀림에 고립돼 있어 차가 있어도 멀리 달릴 데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오토바이를 개조한 모토택시가 교통의 큰 축을 담당한다. 출퇴근길 시내에 질주하는 모토택시 대열이 장관이다.
큰 돈이 돌던 도시답게 중심가엔 특이한 건물들이 많다. 포르투갈 등에서 들여온 타일로 외벽을 장식한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이어진다. ‘아이언 하우스’는 전체가 철로 지어진 건물. 에펠탑을 지은 건축가 에펠이 파리에 건축한 건물인데 이키토스의 한 부호가 통째로 옮겨 왔다고 한다.
롯지에서 아마존 원시부족을 안내한다고 찾아간 곳은 야구아족 마을이다. 여전히 원시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는 부족이다. 평소에는 티셔츠와 청바지 등을 입고, 아이들은 주변 학교에 보내며 논농사 등을 짓고 살지만 관광객들이 오면 전통복장을 하곤 단체로 원시의 모습을 재연하는 마을이다. 대부분의 아마존 마을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가이드에 따르면 아침과 점심 하루 2끼만 먹고 해가 떨어지면 모기장 쳐진 방에 들어가 잠을 잔다고.
부족의 전통댄스와 블로건(blowgun) 시범이 끝난 뒤 관광객들은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 주고 기념품을 사주는 것으로 보답을 한다. 사탕을 달라고 손을 내미는 아이들의 모습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달콤한 사탕이 치과와 거리를 멀게 하고 살아온 아이들에게 치명적인 것처럼, 관광객이 흘린 저 돈들이 공동분배를 유지해 온 부족의 정체성과 화합을 깨뜨릴 것이 우려돼서다.
아마존을 떠나는 날 롯지와 가까운 인디아나란 마을을 들렀다. 이곳은 아마존 강변마을 치고는 꽤 규모가 큰 곳이다. 미션타운으로 선교사에 의해 오래 전 개척된 곳이다. 인구 2,500여명의 이 마을은 반듯하게 도시구획이 돼 있고 전기는 물로 휴대폰도 터진다. 학교와 교회, 관공서 등도 갖추고 있다.
이 마을엔 매일 오전 5~8시 장이 열린다. 인디아나뿐 아니라 주변 작은 강변마을 주민들이 노를 저어 찾아오는 장이다. 선착장 바로 옆이 시장으로 다양한 색깔의 과일과 특이한 모양의 생선 등이 좌판에 깔린다.
문명화가 이뤄진 이 마을이 전날 들렀던 야구아족 전통마을보다 더 마음에 와 닿는 건, 현재 아마존의 삶을 거짓 없이 볼 수 있어서다. 그리고 아마존의 싱그러움과 순수함을 품은 주민들의 밝은 표정도 저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이키토스(페루)=이성원기자 sungwon@hankookilbo.com
여행수첩
페루까지는 미국을 거쳐 가는 것이 가장 빠르다. 환승 시간을 더하면 꼬박 24시간 이상 걸린다. 환승임에도 미국의 공항에선 입국 수속을 거쳐야 하고, 수화물도 찾아 다시 부쳐야 한다.
수도 리마에서 아마존의 관문인 이키토스까지 비행시간은 2시간가량 걸린다.
한국과 시차는 14시간이다. 미국의 동부시간과 같다. 통화는 누에보 솔. 물가는 우리보다 저렴하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화폐 1솔은 우리 돈으로 약 400원가량이다. 달러를 들고가 페루 현지에서 필요한 만큼 환전하면 된다.
전압은 220v이고 11자형, 둥근형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콘센트가 많이 비치돼 있다. 데이터로밍의 경우 사막지대나 아마존 등에선 잘 터지지 않는다.
아마존 투어를 위해서는 황열병예방접종을 출국 10일 전 미리 받아야 한다. 사전에 국립의료원 등에 전화 예약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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