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연패 뒤에 따낸 달콤한 시즌 첫 연승. 1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 한국전력과의 맞대결, KB손해보험의 3-1 완승 뒤에는 프로 13년 차 ‘베테랑 세터’ 권영민(35)의 노련한 판단과 강성형(45) 감독의 절대적인 믿음이 있었다.
강 감독은 경기에 앞서 “최근 권영민과 네맥 마틴(31ㆍ슬로바키아)의 호흡이 괜찮아지고 있다”며 “마틴도 자기 스타일이 있지만 무조건 권영민의 토스에 맞추라고 했다. 시즌 초반에 비해 확실히 공 처리가 빨라지고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강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듯 권영민은 이날 정확한 토스로 공을 고루 분배하며 팀 공격을 지휘했다. 경기 후 한국전력 신영철(51) 감독이 “세터 싸움에서 졌다”고 이야기할 정도다. 특히 1세트부터 속공 활용 능력이 돋보였다. 권영민의 적재적소 토스에 센터 김민규(23)와 이수황(25)은 연신 속공을 퍼부었다. 이날 경기에서 김민규는 속공 7개와 블로킹 3개로 10득점을 올렸고 이수황은 속공 7개, 블로킹 4개를 묶어 12득점을 올리며 펄펄 날았다. 센터 라인이 살아나면서 김요한(30)-마틴의 좌우 쌍포도 터졌고 KB손해보험은 시즌 첫 연승을 거뒀다. 이날 권영민은 세트정확도 62.06%를 기록했다.
강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확실히 권영민이 여유가 생겼다. 손현종도 뒤를 잘 받쳐주면서 권영민의 토스가 더 빛났다”며 칭찬을 거듭했다. 권영민의 표정도 밝았다. 권영민은 “프로 무대에서 10연패는 처음이다. 후배들 볼 때 가장 미안하고 감독님 볼 면목도 없었다”며 “내가 흔들리다 보니 10연패에 빠졌던 것 같다. 새 팀에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마틴과 잘 안 맞다 보니 짜증이 많이 났고 사이가 안 좋다는 얘기까지 나와 더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그래도 감독님이 위로주도 사주고 ‘너가 고참으로서’, ‘세터로서’라며 힘도 많이 실어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수원=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