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따른 농어민 피해 대책 차원의 농어촌 상생기금을 ‘준조세’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재계와 보수진영이 농어촌 상생기금을 맹비난하고 있는 가운데 김 대표가 뒤늦게 여야정 합의를 부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 대표는 2일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민간기업과 공기업이 1조원 규모의 기부금 재원을 마련해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는데, 이는 기업에 준조세가 되고 재정부담으로 가중될 것”고 주장했다. 그는 “한중 FTA, 민생경제 법안 처리과정에서 국익과 국정을 최우선으로 둬야 하는데 정치적 입장이 우선순위여서 아쉬움이 남는다”고도 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문제 삼는 상생기금은 지난달 30일 새누리당도 참여한 한중 FTA 여야정 협의체가 통과시킨 합의안이다. 당시 협의체에는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당정 실세들이 참석했다.
김 대표가 한중 FTA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비준안 통과 후 윤상직 장관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도 “FTA 할 때마다 이렇게 재정을 축내면 큰 일 날 것 같다. 이런 식이라면 FTA를 안 하는 게 낫겠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야당이 무역이익공유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중 FTA 비준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고집하면서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라며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재계와 보수진영에서는 한중 FTA 비준안 통과 이후 기업의 자발적 기부금을 재원으로 하는 상생기금 조성을 준조세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김 대표까지 거들고 나섬에 따라 합의 자체가 번복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피해 농어민들을 도와주려는 좋은 의미였는데 과도했다면 조율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은 합의를 번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 농해수위 야당 간사인 박민수 의원은 “정부가 책임지고 하겠다며 내놓은 대안이기 때문에 번복한다면 모든 책임은 정부와 여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