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를 덮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 관광시장은 맥없이 무너졌다. 다행히 정부, 업계 등의 대처로 지난 6~8월에 전년 대비 40% 급감했던 외래객이 9월에는 회복세를 보였고, 10월에는 전년 대비 5% 성장세로 전환되었다. 지난 8월 취임한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의 주요 과제도 메르스 충격 극복이었다.
정 사장은 지난달 26일 한국관광공사 서울사무소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이런 회복세를 보면 대한민국 관광에 저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위기는 반드시 막을 수 있다가 아니라 위기는 반드시 일어난다는 인식으로 위기관리 매뉴얼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메르스 사태 이후 관광활성화를 위해 국민들의 환대의식을 높이자며 K스마일에 전력을 쏟고 있다. 하지만 1970, 80년대식 국민 계도 친절 캠페인이란 지적도 있다. 정 사장은 이에 대해 “이웃을 초대하더라도 대문 앞부터 쓸고 아이들 깨끗한 옷 입히고 웃으면서 인사하는 게 기본”이라며 “큰 손님을 맞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친절운동을 펴자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생뚱맞다”고 말했다. 지난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 2002월드컵 당시에도 대국민 친절 캠페인이 있었다며 그는 “관광대국인 프랑스 역시 불친절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1990년부터 2004년까지 봉주르 친절 캠페인을 전개했고, 독일도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친절캠페인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중국에 편중된 관광시장에 대해 “지난해 전세계 아웃바운드 관광객 수가 11억명인데 중국에서만 1억명일 정도로 중국은 우리뿐 아니라 전세계에 가장 많은 관광객을 내보내는 나라”라며 “그들을 더 많이 끌어들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경제 발전지역이 기존 동부 연안에서 서부 내륙으로 확대되면서 시안 우한 등 중서부내륙지역이 중국의 새로운 해외여행시장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며 “지금은 신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할 때라고 판단하고 지사 확대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인 관광객의 쇼핑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게 아니냐는 지적에도 “쇼핑을 줄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쇼핑관광이 문제라 하는 데 그건 어리석은 생각이다. 쇼핑의 장점이 지속될 수 있도록 강구를 해야지 조만간 끝나지 않겠나 걱정만 해서야 되겠는가. 장점을 살려나가되 그것 만으론 부족하니 문화와 자연이 결합한 새로운 관광상품을 더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관광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신흥 유망시장 공략을 통한 시장다변화도 중요하다. 공사가 공을 들이는 분야는 16억 무슬림 시장이다. 이 시장은 규모뿐만 아니라 높은 소비 성향으로 전세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정 사장은 “현재 우리의 무슬림 관광객 비중은 5.3%에 불과하다”며 “할랄푸드로 대표되는 무슬림 식당 친화등급제도 도입과 기도 공간의 확충 등 다각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개별 관광객은 그 비중이 75%에 육박하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에 의존해 여행 다니는 사람들이다. 그는 “이들에게 쇼핑 숙박 음식 등 관광 접점에서 한국의 관광편의성, 상품의 매력을 알려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정보통신기술(ICT) 관광융합서비스”라며 “무료 와이파이존의 확대, 관련 애플리케이션 확충 등과 함께 빅데이터 통계 분석을 통해 맞춤형 관광상품 개발 전략을 수립하지 않으면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외래관광객의 80%(중복응답)가 서울에 집중돼 있고 그 다음으로 제주(18%), 경기(13%), 부산(8%)”이라며 “외래관광객을 2,000만, 3,000만명으로 늘리려면 지역 분산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신규 관광객 유치와 관광객 재방문율을 높이기 위해선 수도권 관광콘텐츠만으론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역의 관광을 키우기 위해선 또 내국인들의 국내 관광이 받쳐줘야 한다. 그는 “여름에 집중된 휴가를 분산시키는 봄ㆍ가을 관광주간 사업 등이 도움 될 것”이라며 “국내관광 활성화는 경제적인 부문뿐 아니라 국민들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