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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을 찾아서] 'O.S.T 거장' 김세진 작곡가 "유행가 실종,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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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을 찾아서] 'O.S.T 거장' 김세진 작곡가 "유행가 실종, 안타깝다"

입력
2015.12.0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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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나면 차트 순위가 바뀌어 있다. 음원 사이트를 매일 같이 들어가지 않는 한 존재 자체도 모르고 사라지는 곡들이 대부분이다. 저물어가는 2015년을 되돌아봐도 그렇다.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친 가수는 단 번에 떠올려지더라도, 최고 노래 하나를 꼽기 어려운 현실이다.

프로듀서, 제작자, 가수, 그 중에서도 작곡에 20여년 간 매달려온 거장 김세진 작곡가가 요즘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다. 찬찬히 듣고 있으면 분명 하나같이 좋은 곡들이다. 하지만 명곡 혹은 유행가라고 불릴만한 노래를 찾기 힘들다.

김세진은 "히트곡, 남녀노소 따라 부르는 유행가가 나오기 쉽지 않은 구조다. 정말 잘 만든 명곡이 나와도 그 게 잘 안 된다. 유행가는 이제 멸종됐다"고 현재의 음악 시장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금 가요계는 음원 차트가 중심이고 요즘은 놀랄 정도로 앨범이 엄청 많이 나온다"며 "좋은 곡이라고 평가 받고 차트에 머물러 있지만 1년 뒤 그 곡을 기억할까. 만든 사람도 기억하지 쉽지 않은데 뭘…"이라고 짚었다.

올해만 해도 대형 가수들이 쉴 틈 없이 쏟아졌다. 가장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빅뱅, 엑소를 비롯해 신승훈, 소녀시대, 아이유, 싸이 등 아이돌이나 뮤지션으로 인정 받는 톱가수들이 달마다 신곡을 발표했다.

김세진은 "과거엔 1년에 한 번 나올까 싶은 가수나 작품자들이 명곡을 남겼다. 그 때보다 후배들의 실력이 더욱 뛰어나다. 굉장히 질 높은 곡들이 많다. 그럼에도 앨범을 소장하는 대신 그때마다 듣고 시간이 지나면 끝"이라며 "소모품이 됐다. 수많은 가수와 작품자들이 뼛속까지 아파하며 만든 게 많은데 명곡이 안 나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빨리 변하는 신곡의 패턴, 그 상황에서 고를 수 있는 대중도 여유롭게 들을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며 "예전에는 마케팅을 전투적으로 안 했다. 길게는 반년, 지속적으로 음악을 알리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이젠 단시간에 빨리 알리고 그렇지 못하면 사라지니 노래 외적인 이슈를 동반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 가요계는 히트곡 코드의 연구, 대중의 입맛을 공략하는 법이 날로 체계화, 공식화 됐다. 이를 두고 기계처럼 음악을 찍어내는 환경이라고 깎아 내리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럴수록 창작자들이 겪는 허무감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김세진은 "많은 창작자들의 공통분모는 허전하고 허무하다는 마음이다. 너무 소모전으로 가고 있으니…"라며 "돈은 두 번째다. 내 음원이 나왔는데 갑자기 다음날 사라진다. 작품자는 자기 탓을 많이 한다. 최선을 다 했는데 내 능력이 이거 밖에 안되나. 말로 표현이 안 될 정도의 자괴감에 빠진다"고 한탄했다.

김세진은 2013년부터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비밀' '별에서 온 그대' 등 인기 드라마의 배경음악을 책임지며 히트곡을 쌓아왔다. 올해에도 '그녀는 예뻤다' '후아유' '너를 사랑한 시간' '냄새를 보는 소녀' 등을 통해 명품 O.S.T를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음원차트 톱10에 가장 많이 오른 작곡가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혔다.

그럼에도 허무감, 자괴감에 빠진다. 또 그럼에도 음악을 놓지 못하고 작업실을 지키고 있다. 모순의 연속이지만 이유는 간단했다. '누군가는 좋아해주겠지'라는 마약 같은 매력, 보람 덕분이다.

김세진은 "길을 걷다가 내 음악이 나온다거나 사람들이 따라 부르는 것을 보면 아직도 그렇게 기쁘다"며 "작곡가로서 명곡을 한 번 만들어보는 것은 일생의 대업이다. 그런 구조가 아니라서 아쉽지만 어쩌겠나. 사람들이 편하게 듣는 음악 만드는 게 언제나 나의 목표다. 멋이 들어가고 따라 할 수 없는 것 보다 편안하고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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