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강호동(45)이 재기의 날개를 펼쳤다. 이번 달에만 3개 프로그램의 메인 MC로 부름을 받아 ‘국민MC’로의 부활을 꿈꾸고 있지만 방송가는 여전히 회의적인 분위기다.
강호동은 1일 SBS ‘스타킹’을 시작으로 JTBC ‘아는 형님’(5일 방송), ‘마리와 나’(16일 방송) 등에 동시에 출격을 앞두고 있다. KBS2 ‘우리동네 예체능’에만 출연하던 그는 지난 9월 웹 예능 ‘신서유기’가 5,00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였고 재기의 발판으로 삼았다. 그 여세를 몰아 종편에 진출해 재평가 받을 기회가 또 한 번 주어졌다.
지난 1일 서울 목동 SBS홀에서 열린 ‘스타킹’ 기자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낸 강호동은 이를 의식한 듯 “운동선수 출신이라 그런지 어떤 종목이든 우승을 위해선 큰 고비를 겪기 마련이란 생각이 든다”며 지난 몇 년간 부진에 대해 말했다.
유재석과 함께 방송가에서 양강 구도를 구축하며 승승장구하던 강호동은 2011년 세금 탈세 의혹으로 방송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복귀했지만 여전히 하락세다. 지난 2년간 KBS ‘달빛프린스’ ‘투명인간’, MBC ‘별바리기’ 등이 줄줄이 폐지 되면서 굴욕을 맛봤다. ‘우리동네 예체능’도 4~5%의 저조한 시청률이 이어지고 있다.
방송업계에서는 강호동이 나영석 PD와 의기투합한 ‘신서유기’로 기사회생 하긴 했지만 앞으로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게 아니어서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간에는 “가혹하게 들리겠지만 이번이 강호동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말이 들릴 정도다. 신동엽 유재석에 이어 뒤늦게 종편에 진출한 것도 이러한 위기감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의 한 예능 PD는 “지난 몇 년간 지상파 방송은 강호동에게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주었다고 본다”며 “그러나 강호동이 그런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기에 지상파도 강호동에 대한 기대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회를 살리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KBS2 ‘해피선데이-1박2일’에서 보여준 이른바 ‘형님 리더십’ 때문이라는 지적이 가장 많다. 강호동이 ‘신서유기’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받았던 것도 ‘형님 리더십’을 버려서였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에너지로 밀어붙이는 원맨쇼에 특화된 강호동이 출연할 만한 프로그램이 현재 방송사에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전통적인 쇼 프로그램 진행에 익숙한 강호동은 분명 현재 예능 트렌드에 뒤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강호동이 이번에 맡은 ‘아는 형님’이나 ‘마리와 나’도 이러한 스타일의 진행방식을 보여준다면 한계만 드러날 뿐이라는 얘기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남자 동생들을 거느리고 때로는 그들에게 당하기도 하고 아우르기도 하는 큰 형님 스타일을 대중이 신선하게 느낄 것 같진 않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강호동의 20년 방송 내공을 무시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번 종편의 기회를 잘만 활용하면 강호동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긍정론이다. 이승한 대중문화평론가는 “강호동은 자기 몸에 맞는 프로그램만 만나면 언제든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방송인”이라며 “지상파보다 시청률 압박이 비교적 덜 한 종편을 택한 것도 숨 고르기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리와 나’의 김노은 PD는 “강호동이 과거에 보여줬던 소리지르고 과장해서 웃음을 주는 모습이 아닌 동물들과 지내며 아빠 같은 편안한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분명히 어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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