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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가해자 부모에게 배상책임 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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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가해자 부모에게 배상책임 물어

입력
2015.12.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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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서울시와 함께 1억 물어내라”

훈계 그친 담임교사엔 책임 안 물어

서울 양천구 S중학교 2학년이던 A(당시 14세)양은 2011년 3월부터 이유 없이 또래의 ‘타깃’이 됐다. 한 학생이 필통으로 머리를 때린 것을 시작으로 9개월 동안 5명이 집단으로 괴롭혔다. 교실에서 밥을 먹던 A양을 주먹으로 가격하고, A양의 책상을 엎거나 서랍에 물을 부어 교과서 6권을 못 쓰게 했다. A양의 휴대폰을 몰래 가져가 숨겨 놓기도 했다.

A양은 그 해 11월 밤, 집 근처 아파트 15층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그가 남긴 메모에는 ‘그래, 내 편은 아무도 없어’란 글과 자신을 괴롭힌 또래 5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A양은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결석 한번 없이 등교했고 우울한 티도 내지 않을 만큼 꿋꿋이 버텨냈다. 하지만 투신 하루 전 벌어진 사건은 A양이 더는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날 체육 시간 공놀이를 하다 공이 담 밖으로 넘어가자 친구들 독촉으로 A양이 주워왔으나, 다른 공이었다. 학우들은 “공을 다시 가져오라”고 했지만 A양은 교실로 들어가버렸다. A양을 괴롭히던 5명의 친구들은 다음날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A양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누구도 말리지 않았고, 그날 밤 A양은 투신했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집단 따돌림은 피해자의 고독한 죽음 뒤에야 멈췄다.

당시 이 같은 교내폭력이 문제로 부각되자 경찰은 가해자들에게 구속영장까지 신청, 가해 학생들은 모두 가정법원에서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 이후 A양의 부모는 가해 학생들의 부모와 담임교사, 교장, 서울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A양 부모는 특히 담임교사에 대해 “딸이 괴롭힘을 당할 때 학교를 찾아 조치를 취해줄 것을 호소했는데도 ‘싸우지 말라’는 훈계만 했다”고 책임을 추궁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부장 김용관)는 “가해자 부모들과 서울시는 공동으로 1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친구에게 폭력을 가한 자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가해자 부모들에게 전체 피해액의 20%를 배상하도록 하고, 위자료 3,300만원도 함께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담임교사와 교장에 대해선 “보호ㆍ감독 의무를 다하지 못했지만 집단 따돌림을 예상했다고 하더라도 자살까지 예견할 수 있던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다만, 공무원인 담임 교사가 대처를 소홀히 한 과실을 인정해 S중학교를 설치ㆍ운영하는 서울시에 2,100만원 이내의 공동 배상 책임을 지웠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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