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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문만 100번 넘게 고쳐" 심야의 국회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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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문만 100번 넘게 고쳐" 심야의 국회 드라마

입력
2015.12.02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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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등 여야 원내지도부가 2일 새벽 국회에서 예산안과 쟁점 법안에 대해 일괄 타결에 합의 한 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등 여야 원내지도부가 2일 새벽 국회에서 예산안과 쟁점 법안에 대해 일괄 타결에 합의 한 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누리과정 등 예산안과 쟁점 법안을 놓고 1일 막판 담판에 들어간 여야는 자정을 넘겨서까지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예산안 국회 처리 시한 마지막 날인 2일 새벽 극적으로 합의했다.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해 새누리당이 예산안과 쟁점법안 연계 처리 카드를 들고 나오자 야당은 ‘협상 중단’이라는 강수를 두는 등 양측이 ‘강대강’으로 맞서면서 협상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與野, 막판까지 ‘강대강’ 대치

여야는 이날 밤 국회에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3+3’회동을 갖고 쟁점 협상에 나섰다. 여야간 회동을 하고 있으면 김무성 대표가 회의장을 찾아, 유감의 입장을 표명하겠다는 새누리당 측 요청을 새정치민주연합이 받아들임에 따라 이뤄졌다. 하지만 노동법안 처리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협상은 계속 겉돌았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4시간 반 동안 협상이 이어지는 동안 합의문안을 100번 이상 고쳤다”고 말했다.

양측 협상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순항하는 듯 했다. 예정됐던 본회의까지 미뤄가며 물밑 협상에 임했다. 하지만 오후 3시 새누리당과 정부가 가진 예산안과 주요 추진 법안의 정기국회 내 처리를 위한 긴급 당정협의 이후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김무성 대표가 “예산과 관련해서 시급한 민생경제 관련 법안,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은 반드시 연계 처리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최경환 경제 부총리도 “여야 합의를 전제로 예산안 수정 작업을 진행해왔지만 아직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고 있다”며 “예산안 수정 작업을 전면 중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이후 상황이 꼬였다. 야당이 쟁점 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예산안 심의에 응하지 않고 정부 원안을 본회의에 자동 부의시키겠다는 압박 전술이었던 셈이다.

이에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도 오후 가진 긴급 의원총회를 통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어제(지난달 30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4+4회동에서 예산과 법안을 연계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지만, 정치적 약속을 헌신짝처럼 차버린, 김무성 대표의 정치적 신의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법안 협상 잠정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뒤늦게 열린 심야 회동의 최대 쟁점은 정부여당이 강력 추진하고 있는 노동 관련 법안이었다. 새누리당은 노동 법안을 야당의 노동 관련 법안과 묶어 올해 안에 합의 처리하자고 제안했고, 새정치연합은 시한을 못박을 수 없다고 맞섰다. 한때 합의문 초안에서는 ‘연내 처리’로 가닥을 잡았으나 야당의 반발로 결국 별도의 임시국회를 열어 처리키로 합의했다. 임시국회는 이달 개최가 유력하지만 환경노동위원회의 논의 진전 상황에 따라 해를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은 ‘노동법 연내처리’로 합의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고 불만스러운 반응을 보였다고 새누리당 관계자가 전했다.

복병으로 등장한 관광진흥법

새누리당이 사활을 걸던 관광진흥법도 이날 막판 협상에 복병으로 등장해 협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현재 서울에만 건축을 준비 중인 호텔이 20개 이상”이라며 “이들이 건설에 들어갈 경우 1조원이상의 경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현재 호텔의 객실 공급 상황이 정부와 여당의 주장처럼 심각하지 않고 도리어 학교 앞 호텔 건립은 학생들의 교육 환경에 지장만 준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꼬인 사태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새누리당은 관광진흥법과 야당의 쟁점 법안인 ‘대리점거래공정화법(일명 남양유업 방지법)’에 야당 의원들이 발의한 모자보건법과 전공의특별법까지 합의 처리하겠다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야당이 학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교육공무직법 처리를 요구하면서 협상이 여러 차례 중단됐다. 협상 과정을 지켜 본 여당 관계자는 “생각대로 협상이 진행되지 않자 고성이 오갔고 야당 측 관계자가 문을 박차고 나갔다가 들어오기를 수 없이 반복했다”고 전했다.

한편 원유철 원내대표는 합의문 발표 후 “대통령이 강력하게 주문하던 법안 대부분이 처리되게 됐다”며 협상 결과에 흡족해 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노동법안의 경우)양쪽의 안이 다 들어있고 그걸 통합적으로 논의하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최대 쟁점인 누리과정 예산의 경우 정부, 여당은 이날 협상에서 최대 600억원을 제안했지만 야당은 전년 수준(목적예비비 5,064억원)을 요구하면서 의견 차이를 끝내 좁히지 못했다. 이언주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600억원을 최대치로 정해놓고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며 “만약 보육대란이 오면 그 책임은 정부, 여당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겠다고 못 박고 논의를 끝냈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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