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의 소득에도 세금을 물리는 것 등을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 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국회가 이번 개정안을 처리하면 종교인 과세는 거론된 지 47년 만에 처음으로 법적 기반을 갖추게 된다. 종교계의 반발과 선거에서의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주저로 번번이 실현되지 못했던 과거에 비추어 이것만으로도 일단 환영할 만하다.
1968년 정부의 종교인 과세 방침이 종교계 반발에 부딪쳐 무산된 후 잠잠하던 논의는 2006년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이후 다수 국민의 요구와 겹쳐 힘을 얻었으나 입법부는 자꾸만 결단을 뒤로 미뤘다. 참다 못한 정부는 소득세법 시행령을 고쳐 소득이 아니라 기타 소득의 ‘사례금’에 세금을 매기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최종적으로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번 개정안이 2018년부터 종교인의 소득에 과세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과세를 다시 2년 늦추었다는 비판론이 만만찮은 이유다.
그러나 시행시기를 늦추고, 필요경비 인정 범위가 20~80%로 일반 근로소득자에 비해 눈에 띄게 과세표준을 줄여준 흔적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종교인 과세를 위한 첫 입법장치란 점에서 뚜렷한 의미를 가진다. 우선은 종교인 소득에도 세금을 물린다는 원칙의 확립이 중요하고, 실질적 과세형평을 향한 제도개선은 시행과정에서 꾸준히 이뤄가면 된다. 이번 방침을 두고도 일부 종교인이 반발하고, 정치인 일부까지 우려를 표하며 국회 본회의 상정을 유보해 달라고 요청한 데서도 그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여러 차례 종교인 과세의 시급성을 강조해 왔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정의의 대원칙에 들어맞는 데다 ‘종교 탄압’ ‘정부의 종교 개입’따위의 흔한 반론이 현실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어설펐기 때문이다. 종교 소득 과세는 성직자의 최종 소득에 매기는 것이지, 신도나 신자의 헌금이나 시주에 매기는 게 아니다. 오히려 종교법인 내부 분란의 핵심 요인인 주먹구구식 회계를 한결 투명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의원 개개인에게 정치적 관성에서 비롯한 머뭇거림이 없을 수 없겠지만, 이번만큼은 여야가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 처리에 뜻을 모으길 촉구한다. 다수 국민의 부릅뜬 눈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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