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치 상황에서 곧잘 회자되는 말 중에 ‘대통령은 하늘이 점지해 준다’가 있다. 대통령 병에 걸린 사람들이 별 짓을 다해도 안 되는 사람은 안 되기 때문에 나온 말일 것이다. 이 말의 논리나 타당성을 별개의 문제로 쳐도 이와 유사한 말들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 되었고 종류도 많다. 영어로 하면 ‘Presidents are born, not made’인데 그와 반대로 ‘Great leaders are made, not born’ ‘Presidents are made, not born’같은 반론도 있다. 요즘엔 ‘Great CEOs are born, not made’이나 ‘Managers are born, not trained’ 등 수많은 응용 표현들이 나온다.
후천적 교육이 선천적 재능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교육계에서는 당연히 ‘xxx is made, not born’의 말을 강조할 것이다. 그러나 동양인이 100m 달리기에서 Usain Bolt 같은 선수를 이길 수 있을까 하는 논쟁에서는 흑인 신체의 천부적 특징을 이해하고 ‘Great runners are born, not made’처럼 말하는 게 나을 것이다. 이런 말은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Which came first the chicken or the egg?) 혹은 셰익스피어의 ‘To be or not to be?’ 그리고 ‘Nature versus Nurture?’(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 같은 논쟁과 다를 바 없다. 이와 관련해서 위인 이론(Great Man Theory)과 천성 이론(Trait Theories)도 있다. 두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80%는 만들어지고 20%는 타고난다는 Pareto의 법칙도 있다. 지도자들을 연구한 어떤 보고서에는 30%가 타고나는 것이고 70%는 후천적인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한다.
분명한 것은 지도력이나 카리스마(charisma) 같은 능력은 기술 연마나 과학 지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인문학에서 말하는 art에 해당되고 내재된 성품과 연결되는 항목이다. 여기에 ‘연때’가 맞으면 기회를 타고 대통령이 되기도 한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지도자들을 보면 남아공의 만델라와 인도의 간디 그리고 미국의 마틴 루터 킹 목사 요즘엔 미얀마의 수지 여사가 거론된다. 이들은 돈이나 명성 권력보다는 국민에 대한 사랑과 정의감이 큰 사람들이다. 이들에게서 ‘불통’ ‘고집’ ‘독단’ ‘독설’ ‘권위’는 찾아내기 어렵다. 미국의 역사가 Henry Adams는 ‘Friends are born, not made’라고 말하며 인간성을 강조했다. ‘친구는 타고난 인성을 보고 사귀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아무리 공들여 우정을 다져도 인간성이 못된 사람은 결국 기대를 배반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한 나라의 지도자나 대통령의 인성은 어떠해야 할까. ‘Leaders are born, not made’라는 말이 맞는 말이라면 그들의 감투 이력보다는 타고난 인성을 가려야 한다. 이는 유권자의 몫이고 책임이자 의무이다. 그렇지 않으면 긴 세월 동안 국민이 고통을 받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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