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대리자작나무숲. 한국관광공사 제공
강원도 인제 첩첩산중에 은밀하게 숨어있는 순백의 숲이 있다. 원대리 원대봉(684m) 능선에 있는 원대리자작나무 숲이다. 하늘 향해 수직으로 뻗은 몸통과 볕 받아 오글거리는 새하얀 수피가 헐벗은 겨울 풍경을 꿈속처럼 아름답게 만든다.
들머리에서 임도 따라 한 시간쯤 걸으면 숲 이다. 가는 길은 경사 완만하고 길 폭 넉넉하니 트레킹 삼아 걷기 제격이다. 임도 주변으로 자작나무들이 듬성듬성 뿌리 내렸다.
하얀 수피를 가지고 하늘로 곧게 뻗는 나무가 자작나무다. 맞다. 영화나 CF 속 북유럽 산간마을 풍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 나무다. 이 자작나무, 예부터 참 유용하게 쓰였다. 특히 껍질은 겨울에도 불이 잘 붙어 땔감으로 썼다. 불을 붙이면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고 해 자작나무다. 인도 등에서는 껍질이 글을 쓰는 종이를 대신했다. 목재는 질이 좋았다.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목판 일부도 이 나무로 만들어졌다고 알려졌다. 수액과 껍질은 약으로도 쓰였고 껌으로 유명한 자일리톨 성분도 이 나무에서 추출한다.
이런 자작나무는 북위 45도 위쪽의 추운 지방에서 잘 자란다. 백두산이 북위 42도쯤이니 우리 땅에서 자생하는 자작나무는 거의 없는 셈이다. 있다면 대부분 인공 조림 된 것들이다.
원대리자작나무숲은 1990년대 초반에 조림된 인공 숲이다. 산림청이 약 138㏊(41만여 평) 규모에 70여만 그루의 자작나무를 심었는데,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으며 입소문 탔다. 산림청은 진입로 정비하고 탐방로 조성해 지난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사람들을 맞이했다.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이란 안내판 아래로 하얀 숲이 펼쳐진다. 탐방로는 잘 정비돼 있다. 자작나무 코스(0.9km), 치유 코스(1.5km), 탐험 코스(1.1km) 등이 있다. 개울 지나고 나무다리 건너며 숲을 음미한다. 매끈한 자작나무의 수피를 손으로 만져보고, 의자에 앉아 맑은 하늘과 어우러지는 우듬지도 관찰한다. 숲에 들어 숲을 느끼는 것은 멀리서 보는 것과 딴판이다. 퍽퍽한 일상에서 얻은 생채기가 아물고, 도시생활의 가슴 먹먹함이 풀어진다.
고은 시인의 애를 그토록 태웠던, '타락을 모르는 겨울나무들'이다. 이 나무들 빼곡한 그림 같은 자작나무 숲에 가면 마음과 정신 맑아지고 삶의 무거운 짐도 스스로 떨어진다. 그래서 겨울에는 꼭 자작나무 숲에 한번 가봐야 한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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