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투명성 제고안에 반발해 금융위에 탄원서 제출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금융당국이 내놓은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한 대책에 대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이 긴급처방이 나온 배경이 대우건설의 분식 회계 논란 등 업계의 고질적 병폐에 있는데도 여전히 건설사들이 제 잇속만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건설협회 소속 상위 25개 건설사들은 금융위원회가 10월에 발표한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의 개정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지난달 27일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국회 정무위원회 등에 제출했다고 1일 밝혔다.
회계투명성 제고 방안에 따르면 건설ㆍ조선 등 수주산업 업종에 속한 기업은 내년부터 전체 매출액의 5%가 넘는 계약을 수주하면 해당 사업장별로 공사진행률, 미청구공사 잔액, 공사손실 충당금 등을 분기마다 공시해야 한다. 또 외부 감사인이 감사를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부분을 상세히 기술하는 핵심감사제도 도입된다.
이에 대해 건설사들은 영업기밀인 공사원가가 노출돼 해외 수주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진행률과 충당금, 미청구공사 등이 공개되면 공사원가를 추정할 수 있어 해외공사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도 “공사예정원가가 공개되면 발주처가 공사금액을 일방적으로 깎자고 하는 등 부작용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업계의 이런 돌출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책 자체가 건설 등 수주업계의 잇따른 분식 의혹 때문에 나온데다, 내용도 일방통행식이 아니라 건설사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실무자들과 5차례 간담회를 가진 뒤 업계의 요구 사항이 어느 정도 반영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실제 공사 손익변동내역은 분기마다 선박ㆍ플랜트ㆍ건축 등 부문별로 나눠 재무제표 주석사항에 공시하도록 했는데, 이는 사업장별로 공시할 경우 영업기밀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는 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다. 정도진 중앙대 교수는 “건설사들은 경쟁력 약화를 운운하기 이전에 회계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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