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및 청각 장애를 극복하고, 지적 장애 어린이를 화폭에 담아 온 서양화가 김근태의 초대형 그림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 걸렸다.
김 화백이 2012년 7월부터 3년여에 걸쳐 완성한 ‘들꽃처럼 별들처럼 - 100미터 프로젝트’는 유엔이 지정한 세계 장애인의 날(12월 3일)을 앞두고 30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 전시됐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2015 세계인류의 꿈 ? 사랑’이라는 주제로 다음달 1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국내 서양화가의 첫 유엔 초대전시회로 지적 장애인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줄 것으로 보인다.
전시된 작품은 100호 캔버스 77개를 이어 붙인 총 길이 102.4m의 대작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에서는 공간의 제약 때문에 77개의 캔버스가 중 27개만 전시된다.
김 화백은 비발디의 ‘사계’에서 영감을 받아 지적 장애인의 표정을 사계절과 조화시켜 생생하게 그렸다. 봄은 연두색 바탕에 어린이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으로 표현했으며, 여름은 파란색에 아이들이 겪는 성장의 아픔으로 그렸다. 또 가을은 노란색과 함께 아이들이 공감하고 아파하는 모습으로, 겨울은 하늘색에 희망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각각 나타났다.
작품 속에는 해맑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부터, 입을 벌린 아이, 몸이 뒤틀려 스스로 가누지 못하는 아이, 고개 숙여 눈도 마주치지 않고 누워만 있는 아이들이 있다. 그리고 환한 빛이 아이들을 에워싸고 있다. 황금빛 아이들은 일곱 번을 덧칠하면서 표현한 것으로 내면의 빛이 발하는 눈부시도록 아름다움을 전달하고 있다. 그의 작품을 보고 관객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미소보다 더 아름다운 미소”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25년 동안 지적장애인을 그려 온 김 화백은 김 화백은 “지적 장애인이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지만, 내면에는 동등한 인간으로 대접받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다”면서 “지적 장애인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유엔 전시회가 끝나고 나서는 뉴욕 프라미스교회에서 연말까지 전시회를 한다. 또 내년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워싱턴시, 휴스턴 등 주요도시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에서의 전시도 추진되고 있다.
김 화백은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한 뒤 고교에서 미술교사를 하다 1993년 1년간 프랑스 유학을 다녀와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유학 뒤 목포의 한 장애인재활시설에서 지적장애인을 만난 뒤 줄곧 장애인을 그려왔다. 재활원에서 장애인에게 그림을 가르치고 함께 생활하곤 한다.
그는 어릴 때 열병을 앓아 한쪽 귀의 청력을 잃었고, 10여 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한쪽 눈마저 잃었다. 이번 전시 작품은 이처럼 불편한 몸으로 3년여 간 하루 10시간씩 강행군해 완성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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