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을 통제 안 했으면 큰일 날 뻔 했는데요.”
지난달 22일 오전 ‘미래성장동력 챌린지 퍼레이드’가 진행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앞 특설무대. 진행을 맡은 문소리 아나운서는 드론이 전송한 자율주행차 영상을 보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2호차인 건국대의 쏘렌토가 차량을 통제한 도로에서 차선을 밟으며 달렸고, 횡단보도 앞에서는 정지선을 지나가서 멈췄거든요.
건국대 차는 목적지인 코엑스 앞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궁금증은 문 아나운서가 풀어줬습니다. “주최 측에서 알려왔는데 2호차가 퍼졌다고 합니다.” 해설을 하던 유시복 자동차부품연구원 자율주행기술연구센터장은 “최근까지 여러 대회에 참가하다 보니 피곤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라며 위로의 멘트를 날렸습니다.
다른 차들도 처음에는 아슬아슬했습니다. 1호차인 국민대의 그랜저 자율주행차는 영동대교를 건널 때 차로의 가운데가 아닌 왼쪽 차선에 바짝 붙어 달렸습니다. 계명대의 3호차 K7도 왼쪽으로 많이 치우쳐서 차선을 밟았습니다.
대학팀의 자율주행차는 대부분 위성항법장치(GPS)와 카메라, 레이저 레이더인 라이다(LIDAR) 등을 활용해 위치를 파악하고, 장애물과 차선을 감지하며 주행합니다. 시스템 안정화가 이뤄지기 전인 출발 직후 차로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게 다소 불안했던 이유 같았습니다.
자율주행차들은 지난달 22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국내 최초로 도심을 달렸습니다. 첫날에 현대자동차도 제네시스 자율주행차에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태워 서울 강남구 삼성동 경기고 앞에서 코엑스까지 1.5㎞를 주행했지만 사실 이건 쇼에 가까웠습니다. 현대차는 이미 자율주행 시연을 여러 번 했고, 다음달 출시하는 양산차(제네시스 EQ900)에도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을 탑재할 정도니까요.
관심이 쏠린 건 학생들이 만든 7개 대학 자율주행차였는데, 아니 이런 둘째날인 29일에는 비까지 흩뿌렸습니다. 비가 오면 카메라 시야가 흐려지고, 센서의 감지력도 떨어져 맑았던 첫날보다 더 험한 모습(?)이 연출되지 않을까 우려가 됐지만, 기우였습니다.
둘째날 역시 1호차로 나선 국민대 자율주행차는 차로를 지키며 GPS 난청지역인 영동대교 남단에서의 좌회전을 깔끔하게 마쳤습니다. 건국대의 2호차 역시 GPS 수신기가 부착된 마네킹 앞에 정차하는 자유 미션까지 해내며 첫날의 부진을 극복했습니다.
4호차인 서울대 K7은 빠르면서도 정확하게 내달렸고, 벨로스터를 개조한 카이스트의 6호차는 첫날과 마찬가지로 완벽한 주행을 과시했습니다. 7호차인 한양대의 그랜저 자율주행차는 굵직한 국내 대회 4관왕답게 가장 빠른 60㎞ 이상의 속도를 냈고, 차로 변경 시 방향지시등까지 점멸을 했습니다. 정지선도 자로 잰 듯 칼 같이 지켰습니다.
일부 자율주행차는 차선을 밟았고 정차 차량 회피 미션 때 불안한 모습을 보여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순간 당황하기도 했지만 다들 첫날에 비해 향상된 속도와 정확성을 보여줬습니다. 국민대 자동차공학전문대학원 석사과정인 김종민(27)씨는 “주행 구간이 GPS 측위가 좋지 않은 빌딩 숲이라 첫날은 고전했는데, 이번에는 비가 오는데도 잘 달려줘서 다행”이라고 안도했습니다.
자율주행차는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바라보는 미래 먹거리입니다. 글로벌 메이커들은 한발이라도 앞서기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 부으며 사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반면 대학팀들은 완성차 업체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연구비와 저가의 장비, 게다가 수업까지 소화하며 틈틈이 자율주행차를 만들고 있습니다. 아마도 첫날 만족할 만한 주행을 하지 못한 팀들은 이후 1주일간 이를 악물어 둘째 날에는 기량을 보다 끌어올렸을 겁니다.
대학팀은 아직 완벽한 기술을 보여주지는 못해도 우리 자율주행차의 미래입니다. 열정으로 똘똘 뭉친 그들이기에 시작은 미약해도 끝은 창대할거라 믿습니다.
글ㆍ사진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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