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영화 ‘사일런트 힐’의 한 장면이 아닙니다.”
중국 베이징(北京)에 사는 회사원 톈(田)모(32)씨는 1일 웨이보(微博ㆍ중국판 트위터)에서 한 장의 사진을 받았다. 안개가 자욱한 나무들 사이로 어렴풋이 사람들이 서 있는 윤곽만 보이는 장면이었다. 톈씨는 ‘좀비’를 소재로 한 미국 드라마나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사진엔 전날 베이징의 한 공원에서 광장무(廣場舞)를 추기 위해 나온 중국 아주머니들을 찍은 것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스모그가 너무 심한 탓에 광장무 율동이 마치 좀비들이 행보하는 모습처럼 보인 것이었다. 이날 웨이보는 물론 웨이신(微信ㆍ중국판 카톡)에서도 이 사진은 널리 퍼졌다. 한 네티즌은 “중국의 수도가 공포 영화 세트장이 됐다”고 꼬집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달 27일부터 심해진 베이징의 스모그는 1일에도 이어졌다. 특히 1일 베이징의 스모그는 누런 황색으로, 마치 황사와 스모그가 함께 온 듯 했다. 이날 베이징 대부분 지역은 PM 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 농도가 500㎍/㎥을 넘었다. 전날 베이징 남서부 등 일부 지역에선 PM 2.5 농도가 976㎍/㎥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PM 2.5 기준치(25㎍/㎥)의 40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스모그 오렌지색(2급) 경보를 발령한 베이징시 당국은 주요 오염 배출 기업 2,100개를 대상으로 일시 가동 중단 지시를 내리고 모든 건설현장의 공사 중단시켰다. 임시 휴교령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베이징실험제2초등학교 등 일부 학교는 학생이 원할 경우 집에서 자습을 할 수 있도록 통지했다.
베이징뿐 아니라 톈진(天津)과 허베이(河北)성도 스모그로 몸살을 앓았다. 장다웨이(張大偉) 베이징시환경감측센터 주임은 “겨울 난방이 시작된데다가 눈에 내려 공기가 습한 가운데 바람까지 불지 않으면서 스모그가 심해졌다”며 “2일부턴 찬 공기가 내려 오는 만큼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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