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사립초등학교 상당수가 편법으로 1~2학년 학생들에게 영어를 정규 교과처럼 가르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초등학교 1~2학년생에게 영어를 정규 교과로 가르치는 것은 현행 선행교육규제법에 위배된다.
30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이 서울 39개 사립 초등학교의 교육과정을 무작위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인 20개 학교가 1~2학년을 대상으로 영어 수업을 정규과정처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해당 학교에 위법적인 영어 수업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시교육청에 사립초등학교들에 대한 특별 감사 실시를 요청했다.
사교육걱정에 따르면 적발된 사립초등학교들은 방과후 영어 수업을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 사항처럼 운영해 초등학교 1~2년생에게 사실상 정규 과정처럼 영어를 가르쳐왔다. 현행 선행교육규제법은 초등학교 3학년생부터 영어를 가르칠 수 있도록 명시했지만, 이들 학교들은 2018년 2월까지 한시적으로 초등학교 1~2학년에게 방과후 학교 영어수업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한 점을 이용한 것이다.
교육부는 방과후 학교 영어수업을 강제할 수 없도록 지침을 내렸지만, 적발된 학교들은 이를 비웃듯 학생들에게 방과후 영어 수업을 강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교육걱정은 “영어 방과후 수업 비용을 학교 공식 수업료에 포함해 징수하거나 하교 셔틀 버스를 방과후 수업 이후부터 운행하는 식으로 학부모들이 영어 방과후 수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했다”고 지적했다. 사교육걱정에 따르면 한 초등학교는 학교 홍보자료에 아예 ‘방과후 학교 교육활동으로 주당 4~5시간씩 운영되는 영어교육이 필수’라고 기재하고 있으며 다른 초등학교도 모집 설명회에서 전교생이 참여하는 수준별 영어교육이 필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 학교의 1~2학년생 영어 수업은 하루 평균 1시간에서 많게는 3시간까지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교육걱정은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을 정규수업처럼 운영하고 지필고사로 평가해 성적까지 매기는 것은 모두 명백한 선행교육규제법 위반”이라며 “불법적인 영어수업에 대한 특별 감사를 벌여 사실로 밝혀질 경우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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