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 소매치기단으로 日서 악명 40대 밀항자 검거
9년전 일본에서 원전 소매치기를 일삼다 한국으로 추방된 김모(49)씨는 지난 3월 일본에 다시 밀입국하기 위해 경남 통영시에서 밀항 전문업자 최모(55)씨 등과 접촉했다.
최씨 일당은 시속 20노트(37㎞) 정도의 속도를 내는 4.49톤짜리 소형 선박에 고속엔진을 3개나 장착, 40~50노트(시속 80~90㎞)로 운항할 수 있도록 개조했다. 시속 30노트에 불과한 일본 경비함정과 해군함정과 조우하더라도 따돌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이 배로 일본 경비함정의 감시를 피해, 통영에서 출항 3시간만에 규슈에 도착했다.
하지만 김씨의 범행은 오래가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 5월 오사카의 한 쇼핑몰에서 여성의 가방을 훔친 혐의로 현지 경찰에 검거됐다. 김씨는 4월 도난 신고된 통장으로 현금을 인출하고 나오다가 다가온 우체국 직원에게 스프레이를 뿌리고 달아난 혐의도 받고 있다.
김씨가 일본 밀입국을 감행한 것은 과거 소매치기 경험을 잊지 못해서였다. 그는 2006년 4월 일본 도쿄 아라카와구 니시니포리역에서 발생한 한국 4인조 원정 소매치기단중 한명이었다. 김씨는 경찰의 불심검문에 최루스프레이를 뿌리는 등 경찰관과 시민 20여명에게 부상을 입힌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후 국내로 추방됐다. 이 사건은 일본 열도를 떠들썩하게 했고, 일본 언론은 김씨 일당을 무장 소매치기단으로 보도했다. 일본 경찰로부터 영구추방된 김씨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일본 입국이 불가능해지자 밀항을 선택했다.
한편 일본 오사카 경찰은 김씨가 밀항 과정에서 전문 조직의 도움을 받은 사실을 한국 경찰에 알렸고, 부산경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30일 당시 김씨를 태워준 최씨 등 일당 3명을 밀항단속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조사결과 브로커를 통해 모집된 밀입국 희망자는 김씨를 비롯, 8명이나 됐다. 이들은 1인당 1,500만원에서 2,000만원을 밀항 대가로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나머지 밀항자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발부 받고 지명수배를 내렸다.
부산=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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