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열 류혜영 안재홍 인기몰이
“독립-상업 경계 모호” 경향 대변
별은 별인데 주류가 아니다. 주요 활동 근거지는 영화판. 단 상업영화가 아닌 저예산영화다. 단단한 연기력으로 독립영화계의 별이 된 배우들이 드라마 인기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지난 28일 시청률 11.3%(닐슨코리아 집계)으로 자체 최고 기록을 세운 TV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여느 드라마와 확연히 다른 점이다.
‘응답하라 1988’ 출연자 중 육수생 정봉 역을 맡은 안재홍은 최근 독립영화계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다. 지난해 개봉한 ‘족구왕’에서 족구에 푹 빠진 예비역 대학생을 연기해 독립영화로는 흔치 않은 흥행 성적(4만5,762명ㆍ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기여했다. 그는 올해에만 독립영화를 대상으로 한 제2회 들꽃영화상 남우주연상, 젊은 영화감독들이 선정하는 디렉터스컷 남자 신인연기상을 각각 수상했다.
정환을 연기하며 최근 여성 시청자들의 가슴을 저릿하게 하고 있는 류준열의 데뷔작은 독립영화 ‘소셜포비아’다.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제작해 지난 3월 개봉한 이 영화에서 류준열이 맡은 역할은 인터넷 스타 BJ ‘양게’다. 온라인에서 갈등하던 사람들이 현실에서 싸움을 벌일 때 현장 중계를 자임하는 떠버리로 무뚝뚝한 정환과는 정반대 캐릭터였다.
성깔 있는 서울대생 보라를 연기하는 류혜영도 독립영화 스타다. ‘애정만세’와 ‘숲’ 등 단편영화에 출연했고, 2014년 ‘잉투기’로 스타가 됐다. ‘나의 독재자’(2014)와 ‘그놈이다’(2015)에 출연하며 상업영화로도 활동 영역을 넓혔다. 보라의 학교 선배이자 연인인 종훈을 연기한 박정민도 독립영화계의 유명인사다. ‘파수꾼’(2010)과 ‘들개’(2013) 등에서 주연을 맡았다. 독립영화팬들은 안재홍이 류혜영을 짝사랑하고 류혜영과 박정민이 사랑 싸움을 펼치는 장면에서 문득 독립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만도 하다.
‘응답하라 1988’ 속 독립영화 스타들의 활약은 독립영화와 상업영화 사이의 울타리가 무너진 현실을 상징한다. 외모보다 연기력을 내세운 배우들이 독립영화를 발판으로 상업영화로 진출하고, 주류영화 배우는 독립영화에 얼굴을 비추며 연기력을 검증한다. 이런 경향이 여의도까지 확산된 것이다. ‘잉투기’와 ‘소셜포비아’를 투자배급한 CGV아트하우스의 어지연 영화사업팀장은 “최근엔 독립영화계가 연극계와 함께 좋은 배우를 배출하는 토양이 되고 있다”며 “배우에게는 독립영화를 통해 연기 기초를 다지고, 독립영화계는 스타 배우를 배출하며 시장성을 가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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