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이 흩날리던 지난달 27일, 얼굴에 주름살 깊게 패인 한 농부가 충남 삽교의 쌀 수매 현장에서 벼 포대를 옮기고 있다. “쌀이 아니라 자식이여”40kg짜리 무거운 포대를 젊은이 못지 않은 힘으로 들어올린 그가 한마디 조용히 내뱉는다. 지금 농가에는 3년 대풍 풍년가 대신 쌀값 하락을 걱정하는 소리가 비명처럼 퍼지고 있다. 이날 창고에는 42세대가 내놓은 벼 2,012포대가 새롭게 쌓였고 손에 쥔 1등 벼 값은 5만2000원이었다. 하지만 이 가격이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한다. 수확의 기쁨은 잠시, 겨울을 맞는 농부들의 가슴은 계절보다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30일 국회에서는 한중 FTA 비준이 이뤄졌다. 농어민의 피해를 기금만으로 해결하기엔 ‘언 발에 오줌 누기’가 아닐까.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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