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전번역원은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고전번역 50년 기념식’을 갖고 정태현 고전번역원 명예교수, 이계황 전통문화연구회 회장에게 공로패를 수여했다. 번역의 산증인으로 우리 고전의 한글화와 보급에 헌신해온 공로다.
국내에서 본격적인 고전 번역이 시작된 것은 최현배, 이병도, 박종화 등의 원로 학자가 ‘민족문화추진회(민추)’를 창립한 1965년. 드문드문 나오는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민간단체였지만 창립 이듬해인 66년 서거정의 ‘동문선’을 시작으로 정약용의 ‘목민심서’, 이긍익의 ‘연려실기술’ 등을 잇달아 번역 출간하는 등 각종 사료의 한글화에 매진했다. 세종대왕기념사업회와 공동으로 1971년부터 4,700만자에 이르는 ‘조선왕조실록’ 번역을 시작해 22년만인 93년 완역한 것이 대표적 성과다.
1974년에는 국역연수원(한국고전번역교육원 전신)을 설립해 전문 인력 양성을 시작했고, 2007년 11월에는 교육부의 고전번역원이 정부 출연기관으로서 민추의 작업을 이어받았다. 민추와 고전번역원이 한글로 옮긴 기록은 지난해 말까지 215종 1,927책에 달한다.
김낙철 번역사업본부장은 “유네스코 기록유산뿐 아니라 다양한 특수고전 번역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여건이 만만치 않다”며 “이대로라면 승정원일기도 2062년에야 완역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번역 인력의 양적 확대와 질적 성장, 인력에 대한 처우개선, 대학원 과정 설립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명학 고전번역원장은 “민족문화유산에 담긴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지금이라도 범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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