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시내 면세판매점(사후면세점)에서 외국인관광객이 20만원 미만의 상품을 구입하면 세금을 뺀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게 하는 사전면세제도를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는데요. (관련기사▶ 내년부터 외국인 20만원짜리 물건 사면 즉시 면세)
얼마 전에는 시내 면세점 선정을 둘러싸고 대기업 간에 혈투가 벌어지기도 했었죠. 중국인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면세점에 대한 이런저런 이슈들이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전면세점, 사후면세점, 시내면세점, 지역면세점 등 면세점에도 종류가 참 많습니다. 사전면세나 사후면세처럼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도 각각입니다. 알쏭달쏭하죠. 그래서 면세점 상식을 한 번 정리해봤습니다.
‘택스 프리’와 ‘듀티 프리’는 뭐가 다르죠
먼저 ‘듀티 프리’(Duty Free)와 ‘택스 프리’(Tax Free)의 차이점부터 알아보겠습니다. 둘 다 세금을 면제해준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듀티’는 국내로 들어오는 수입물품에 대한 세금, 즉 관세를 말합니다. ‘듀티 프리’가 붙여져 있는 매장은 결국 관세와 소비세(구가가치세, 개별소비세 등) 등의 세금이 면제되는 곳이 되겠죠. 우리가 해외여행 가려고 공항에 갔다가 한번쯤 들르게 되는 면세점을 떠올리면 됩니다. 보세구역, 보세판매장이라는 용어로 불리기도 합니다. 최근에 대기업들이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 혈투를 벌였던 시내면세점도 ‘공항에 있느냐, 시내에 있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보세판매장이라는 점에서 동일합니다. 공항 같은 출국장에 있는 면세점이 21곳, 신라나 롯데 같은 시내면세점이 17곳이 있다고 하네요.
‘듀티 프리’ 면세점은 사전면세점이기도 합니다. 세금을 ‘사전’에 뺀 가격을 지불하고 물건을 사기 때문인데요. 이 곳 면세점의 특징을 들자면 출국을 할 때만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외국인들이 물건을 산 뒤에 외국으로 가져갈 것이기 때문에 아예 세금을 뗀 가격에 팔아, 세금을 뗐다가 다시 돌려줘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앤 거죠.
그럼 우리나라 사람이 사는 건 어떻게 된 걸까요. 이 경우 국내로 들어올 때 세금을 내야 합니다. 입국할 때 세금 신고서를 쓰라고 하는 이유죠. 누락할 경우 가산세를 매기거나 물품을 가차없이 압수하는 것도 ‘당연히 낼 세금을 숨겼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사는 건 세금을 면제 받은 상품이 아니라 세금이 잠시 보류된 걸 사는 것일 뿐인 겁니다.
‘택스 프리’는 세금이 붙은 물건을 산 뒤에, 출국하면서 세금을 돌려 받는 상품을 말합니다. 세금을 나중에 돌려받는다고 해서 ‘사후 면세’라고도 합니다. 면제되는 세금도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 등 소비세에 국한됩니다.
물품을 사는 장소도 차이가 있습니다. 서울 명동 같이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은 오는 곳을 다니다 보면 ‘택스 프리’가 붙여져 있는 곳이 눈에 띌 건데요. 예전에는 ‘외국인 전용 관광기념품 판매점’이라 불렸던 곳들입니다. 2015년 6월 기준으로 전국에 1만774곳이나 있다고 합니다. 이 곳에서 물건을 산 후에 출국하면서 공항의 환급 창구에 들러 상품 구매 영수증을 보여주고 세금을 돌려받으면 됩니다.
정부가 20만원 미만 상품을 살 때 사전면세를 받게 해주겠다는 것도 바로 이 곳에서의 구매를 말합니다. 유럽 같은 경우가 사후면세제도가 발달된 대표적인 곳인데, 여행을 마치면서 공항 환급 창구에서 오랜 시간 기다려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이 같은 불편함을 줄여주겠다는 게 정부의 생각입니다. 참고로 이웃 나라인 일본에는 사전면세를 받는 면세점의 수가 1만9,000곳이나 된다고 하네요.
기내면세점, 지정면세점도 있다면서요
외국인이 아닌 이상 면세점 이용은 원칙적으로 출국을 할 때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예외가 있습니다. 비행기안에서 살 수 있는 면세품, 즉 기내면세점입니다.
기내면세점에서 파는 물품에 세금이 붙지 않는 이유는 비행기 안이 해외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출국 수속을 마친 뒤 비행기에 타는 순간 국내를 떠난 것이 되고, 반대로 입국 수속을 밟기 전이라면 역시나 아직 해외에 있거나 공해상에 떠 있는 것이 되는 거죠.
그 안에 있는 상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수입제품이라면 아직 수입 절차 전이라 관세와 부가가치세 등이 붙지 않은 것이고, 국산제품이라면 수출한 물품과 같아서 소비세가 빠진 상태라는 거죠. 이들 세금은 역시나 국내로 들어올 때 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면세점과 차이가 없습니다.
‘지정 면세점’이라는 곳도 있습니다. 제주에 있는 건데요. 출국을 하는 것도 아닌데, 내국인이 이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면세점이죠. 물론 출국이 아니지만 출도(出島)를 할 때만 이용이 가능합니다. 일본 같은 경우도 오키나와(沖繩)에 지정 면세점이 있습니다. 관광 활성화를 위한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으로 세워지게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합니다.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제주에도 출국 시에 이용 가능한 출국장 내 사전면세점이 있다는 겁니다. 또 지정면세점에는 연간 이용횟수 제한이 있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명이 1년에 6번까지만 600달러 한도 내에서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세종=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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