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기술은 외국 구조대와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아요. 다만 한국 상황에 맞는 매뉴얼 개발과 교육커리큘럼 업그레이드 등 저변확대는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29일 서울 광진구 광진소방서에서 만난 이용진(39) 구조대장은 한국 도시탐색구조대의 현 주소를 이 같이 평가했다. 2010년 아이티 지진 당시 유엔군사령관이 현장의 주요지점을 한국 구조대에게 부탁했을 정도로 구조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이 구조대장은 “당장의 구조기술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 없는 후학 양성을 통해 광범위한 전문가 풀을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생각하는 도시탐색구조는 붕괴ㆍ교통ㆍ수난ㆍ기계ㆍ화학테러 등 어떠한 사고 현장에서도 구조 작업을 펼치는 일종의 ‘종합 구조전문가 집단’이다. 사고 규모에 따라 20~70여명이 한 팀을 꾸려 현장에 출동한 뒤 화학물질 탐색ㆍ제독, 건물 천공(穿孔), 지지대 설치, 인명구조, 수중탐색 등 모든 구조 활동을 펼친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분야지만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이미 1980년대부터 꾸준히 발전시켜온 독립 영역이다.
이 구조대장이 도시탐색구조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은 인도네시아 지진(2009년)과 아이티 지진(2010) 현장에서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10명, 아이티에서 31명을 구조하는 등 한국구조대의 활약이 적지 않았지만 체계적으로 건물에 천공을 만들며 인명구조를 하는 외국 구조대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곧바로 중앙119구조본부에서 실시한 도시탐색구조과정에 입교했다. 한 여름 무더위에 구조복이 흠뻑 젖어가면서도 콘크리트 잔해물을 수백 번 파괴하고 구멍을 내면서 교육을 이수했다. 그 결과 실력을 인정받아 2년 연속 중앙구조본부 도시탐색구조 과정을 1등으로 수료했다.
스스로 전문가라는 자부심이 생기면서 유엔 산하 국제탐색구조자문단(INSARAG)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INSARAG는 아르메니안 대지진(1988) 이후 각국 국제구조대를 유엔이 통합ㆍ관리하기 위해 생겨난 단체로 구조대의 실력과 규모 등에 따라 ‘헤비’ ‘미디엄’ ‘라이트’ 세 등급으로 분류한다. 이 구조대장은 “INSARAG 멤버로 국제구조 활동을 나서면 유엔으로부터 구조 위치와 범위 등을 할당 받는 등 보다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며 “가장 높은 등급인 ‘헤비’등급을 받게 하기 위해 각종 자료를 섭렵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일본국제구조대의 유엔 등급분류 평가에 직접 참여하기 위해 현해탄을 넘기도 했다.
“일본구조대 등급분류 평가 현장에서 ‘헤비’등급 획득에 필요한 평가표를 수집하는 등 중앙구조본부 국제구조대의 ‘헤비’등급 획득에 나름대로 기여 했다고 생각합니다.”
헤비 등급 획득에 성공하고서도 이 구조대장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중앙구조본부를 떠나 일선 소방서로 돌아온 뒤에도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국제구조대 인력풀에 포함돼 있다. 이 지구대장은 “32명의 소수정예로 구성된 서울시 국제구조대에 도시탐색 전문가로 선정된 것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라고 밝혔다.
이런 다방면의 활동을 인정받아 이달 16일 행정자치부가 선정하는 ‘지방행정의 달인’에 뽑히기도 했다. 올해 수상자 중 유일한 소방대원이었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했을 뿐인데 상까지 받으니 쑥스럽다”며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묵묵히 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서울시 국제구조대원들의 현장 대응력 강화를 위한 기술서를 집필하고, 1급 인명구조사 자격 평가에 필요한 교재, 평가표, 동영상 등을 제작하고 있다. 바쁜 소방서 근무에도 시간을 쪼개 후배들의 교육 자료를 만드는 이유에 대해 “도시탐색구조를 전문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전국에 10명이 채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시탐색구조 분야를 본격적으로 한국에 소개한 만큼 전문교관을 지속적으로 양성하는 것 역시 제 역할입니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l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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