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ℓ당 20㎞가 넘는 연비로 ‘연비 깡패’라는 별명을 가진 친환경차의 대명사 토요타 프리우스. 경제성에 무게를 둔 하이브리드 차량인지라 운전하는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 모터의 가속감은 거의 느낄 수 없고 가속페달을 더 깊게 밟으면 엔진의 굉음만 들리곤 했다.
그렇게 밋밋하던 프리우스가 달라졌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4세대 프리우스를 최근 일본 혼슈(本州) 시즈오카(靜岡)현의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시승했다. 토요타는 “자동차 만들기의 구조개혁으로 성능과 상품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 ‘토요타 뉴 글로벌 아키텍쳐(TGNA)’가 적용된 첫 차”라고 소개했다.
헤드램프와 주간 주행등이 삼각형으로 바뀌면서 앞모습부터 날카로워졌다. 위에서 아래로 뻗는 긴 쐐기 모양의 리어램프는 차체를 넓어 보이게 하면서 스포티한 인상을 줬다. 뒤뚱거리던 예전의 뒷태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시동 버튼을 눌렀다. 역시 하이브리드 답게 계기판에 ‘Ready’표시만 들어올 뿐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가속 페달을 밟자 부드럽게 속도가 높아졌지만 3세대 프리우스보다 약간 더 잘 나간다는 느낌 정도이지 확 달라졌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욕심을 내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엔진이 돌면서 몸이 시트에 붙었다. 시속 80㎞를 넘도록 막힘이 없었다. ‘어라, 이게 프리우스야?’ 최대 열효율 40%를 실현한 신형 1.8ℓ 엔진 덕분이었다.
신형 프리우스의 변화된 성능은 급코너에서 제대로 맛볼 수 있었다. 스티어링 휠을 좌우로 급하게 조작해도 예전의 휘청거림은 느껴지지 않았다. 무거운 엔진과 트랜스미션 위치를 기존 모델 대비 130㎜나 낮게 배치해 무게 중심이 바닥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시트 높이도 59㎜ 낮아져 바닥에 ‘쫙 깔리는’ 느낌은 아니더라도 안정감이 우수했다. 차체 높이는 20㎜, 앞쪽 노즈 끝과 뒤쪽 후드 끝은 각각 70㎜, 62㎜ 낮아져 공기 저항을 뜻하는 CD값이 0.24밖에 되지 않는다.
초고장력 강판 사용을 기존 3%에서 19%로 확대하고 강판의 접합성이 좋은 레이저 용접을 사용하는 등 차체 강성을 높였다. 저중심 설계와 우수한 강성에 세심하게 조절한 서스펜션 덕분에 급회전시에도 승차감은 괜찮았다.
시험해볼 수는 없었지만 레이더와 카메라를 이용한 충돌회피 시스템, 초음파 센서를 사용한 파킹 어시스트 시스템 등 첨단장치도 장착됐다. 국내 공인연비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일본 기준으로 1ℓ당 40㎞의 우수한 연비를 자랑한다. 밋밋한 주행성능이 싫어 프리우스를 꺼려했던 소비자라면 한 번 시승해볼 만하다.
시즈오카(일본)=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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