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시장 부동의 1위는 BMW다. 2005년과 2006년 근소한 차이로 토요타 고급 브랜드 렉서스에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있지만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BMW는 수입차 시장을 지배했다. 하지만 상대가 없을 것 같았던 BMW의 1위 자리가 올해는 위태로워졌다. 최근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판매량을 늘린 메르세데스-벤츠가 BMW를 추월해 앞서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공식 진출 13년 만의 1위
2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대비 28.2% 늘어난 3만8,603대의 완성차를 판매했다. BMW(3만8,436대)와는 167대 차이지만 메르세데스-벤츠가 2003년 국내 법인을 설립한 이후 연간 판매량에서 BMW를 꺾은 것은 처음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질주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초강세 속에서도 선전한 세단들이 이끌었다. C클래스와 E클래스 등 세단은 올해 10월까지 전체 판매량의 78%인 3만144대를 책임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2만2,701대보다 32.8%나 늘어난 판매량이다.
지난해 6월 완전변경 모델로 돌아온 C클래스는 탁월한 주행 성능과 안전성을 뽐내며 지난해 대비 50% 가까운 판매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동급 수입차 가운데 최고 수준의 성적표다. 부분변경 모델이 나온 지 3년이 지난 E클래스도 변함없는 인기를 유지하며 지난해 판매량을 뛰어넘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 판매한 전체 차종 중 가솔린 모델 비중이 40.7%, 디젤 비중이 59.3%다. 가솔린과 디젤차가 골고루 인기를 얻어 폭스바겐의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파문의 영향도 다른 독일 브랜드에 비해 덜 받았다.
다만 고성능 모델인 S63 AMG 4매틱의 주행 중 시동 꺼짐으로 비롯된 ‘골프채 파손 사건’의 영향에서 얼마나 빨리 벗어나느냐가 올해 연말 BMW와의 최종 승패를 결정할 전망이다.
플래그십 세단 S클래스의 압승
완성차 업체들이 기술력을 아낌없이 쏟아 붓는 럭셔리 대형 세단은 브랜드의 대표 선수이자 자존심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 대형 세단 시장에서도 BMW를 완벽히 제압했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를 포함한 최상위 세단 S클래스는 올해 1~10월 역대 최대인 8,811대가 팔렸다. 지난해 3,637대와 비교하면 무려 142%의 증가율이다.
BMW의 플래그십 세단 7시리즈(1,425대)나 아우디의 A8(1,416대) 판매량은 S클래스의 6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현재 S클래스 구매 대기자는 3,000명이 넘는다. BMW는 지난달 야심작 뉴 7시리즈를 출시했지만 연말이 코 앞이라 막판 뒤집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산 대항마인 현대자동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최상위 모델 EQ900도 다음달 시장에 뛰어들기 때문에 올해 S클래스의 독주를 제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S클래스는 지난 4월 라인업에 최고급 세단 메르세데스-마이바흐가 가세하며 파괴력이 폭발적으로 강해졌다. 2억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도 마이바흐는 지난달까지 707대가 팔리며 전 세계 국가 중 두 번째로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최근 상시 사륜구동 마이바흐 모델 S500 4매틱까지 출시했다. 이로써 S클래스 라인업에만 무려 13개의 모델이 포진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고객에게 최상의 만족을 제공하기 위해 계속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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