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자민당 창당 60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헌법개정을 비롯해 연합군 점령시대에 만들어진 여러 구조를 바꿔 나가는 것이 당 창당의 원점”이라고 개헌의지를 분명히 하며 보수세력 결집을 호소했다. 자민당은 역사검증과 평화헌법 개정을 축으로 한 ‘전후체제 탈피’의 기치를 본격적으로 내걸었다.
아베 총리는 29일 도쿄도내 호텔에서 열린 자민당 창당 60주년 기념행사에서 “60년전 선인들은 대의 아래 자민당을 창당했다, 그 대의는 일본의 재건”이라며 “헌법개정, 교육개혁 등 점령기에 만들어진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개헌의 성패가 달린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에 대해 “이기지 않으면 안된다, 빛나는 승리를 거둬 자민당의 다음 60년을 향해 큰 일보(一步)를 내딛자”고 당의 결속을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전날 초당파의원연맹 ‘창생일본’ 연수회에서도 자민당이 지난 15일로 창당 60주년을 맞이한 사실을 거론하며 이같이 밝혔다. 자민당은 “헌법의 자주적 개정”을 당의 사명으로 내걸고 있다.
특히 이날 청일전쟁(1894~1895년) 이후의 역사를 검증하는 ‘역사를 배우고 미래를 생각하는 본부(본부장 다니가키 사다카즈 간사장)’까지 정식 발족시켰다. 이 조직은 태평양전쟁 일본인 A급전범들을 단죄한 극동군사재판(도쿄재판)을 검증대상으로 삼고, 전쟁에 돌입한 경위, 중일간 대립의 불씨가 되고 있는 난징(南京)대학살, 위안부 문제 등도 테마로 다룰 예정이다. 아베 총리의 측근으로, 도쿄재판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해온 강경우익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정무조사회장이 역사검증본부 본부장대리를 맡은 만큼 역사수정주의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자민당의 이 같은 공세적 ‘이슈파이팅’은 내년 여름 참의원선거를 앞두고 개헌과 극우적 역사관을 건드림으로써 보수세력 결집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창당기념식은 역대 당총재와 국회의원, 지방의원 등 3,000여명이 모인 우익들의 총궐기장이었다. 일본의 럭비영웅 고로마루 아유무(五郞丸步) 선수도 출연해 축사를 했다. 전날 창생일본 행사에서도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전 총무상은 “자민당 창당의 원점은 자주독립의 완성으로, 정책의 기본은 헌법의 자주적 제정”이라며 아베 총리의 발언을 적극 거들었다. 창생일본에는 190여 명의 국회의원이 가입돼 있으며, 대부분 자민당 소속이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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