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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조계사 방문, 화쟁위 “정부 태도 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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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조계사 방문, 화쟁위 “정부 태도 변해야”

입력
2015.11.2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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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9일 오후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이 피신 중인 조계사를 방문해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 도법 스님과 면담했다. 면담 후 도법 스님이 문 대표를 배웅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9일 오후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이 피신 중인 조계사를 방문해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 도법 스님과 면담했다. 면담 후 도법 스님이 문 대표를 배웅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의 2차 민중총궐기 집회 금지 통고와 주최 측의 강행 발표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대한불교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평화집회에 대한 중재일정을 이어나가는 한편, 조계사 경찰력 투입 자제를 호소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29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을 찾아 대한불교 조계종 화쟁위 중재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오후 화쟁위를 찾은 문 대표는 위원장 도법 스님과 만나 중재 사안 및 노동시장 구조 개편 관련 법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이인영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이학영 대외협력위원장 등이 배석했다.

면담 후 김성수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노동개혁에 노동계의 폭넓은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며 “종교계에서 사회적 논의 기구 추진한다면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또 “다음달 5일 제2차 민중총궐기 집회는 평화롭게 진행돼야 한다”며 “정부도 평화적인 집회시위를 보장해야 한다는 데 화쟁위와 의견을 같이하고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28일 대한불교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2월 5일 집회가 평화시위문화의 전환점이 되도록 차벽 자리에 종교인들이 사람벽으로 평화지대를 형성하고 이웃종교에도 함께 할 것을 권유하겠다”고 밝혔다.

도법 스님은 “중재의 첫걸음으로 시위문화 개선을 위하여 경찰 측과 만남을 추진했지만 책임 있는 답변도 없었고, 공적 만남도 갖지 못했다”며 “법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고충을 이해하나, 법과 질서 안에서 평화를 가꾸어야 할 책임을 외면하지 말고 즉각 책임 있는 대화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화쟁위는 “한 위원장의 경찰 출두를 적극적으로 설득하겠다”면서도 “그러려면 경찰과 정부도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찰력의 조계사 진입 주장에 대해서는 “폭력의 악순환을 끊겠다던 대통령의 뜻과도 배치되며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할 뿐”이라며 경찰력 진입 사태가 발생할 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9일 오후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이 피신 중인 조계사에서 경찰들이 출입자 검문검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후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이 피신 중인 조계사에서 경찰들이 출입자 검문검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타 종교계도 선언문 발표를 준비하는 등 입장 표명에 나섰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는 30일 조계사를 찾아 도법 스님, 한 위원장 등을 면담한다는 계획이다. 교회협은 27일 성명서를 내고 “공권력이 종교의 성전을 짓밟는 것은 신앙에 대한 모독이며 탄압”이라며 “조계사에 대한 공권력 투입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불교계의 중재 노력을 수용하라”고 호소한 바 있다.

목회자정의실천평화협의회 등도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국가폭력중단과 민주주의회복을 촉구하는 목회자 시국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중상을 유발한 폭력적인 시민 진압, 농촌 붕괴 등에 대한 목사들의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공권력 투입을 우려하고 평화시위를 바라는 화쟁위원회 호소문

부처님은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곤경에 처한 어떤 이라도 당신의 제자로, 당신의 공동체 식구로 품어 안았습니다. 조계사는 부처님의 그 뜻과 불교의 그 전통에 따라 부처님을 모신 부처님 도량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부처님처럼 우리 조계사 도량에 찾아온 한상균 위원장을 품어 안을 수밖에 없습니다. 화쟁위원회는 그 길을 잘 열고 가꾸고자 만들어졌습니다. 작금의 상황과 관련한 화쟁위원회의 활동 또한 뭇생명의 간절한 아픔과 바람을 헤아리신 부처님의 삶을 따르고자 하는 노력임을 밝힙니다.

1. 경찰이 법 집행을 명분으로 조계사 경내로 들어온다는 풍문이 돌고 있는데 끝내 풍문이기를 바랍니다. 이는 ‘폭력의 악순환을 끊겠다’하였던 대통령의 뜻과도 배치되며 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뿐입니다. 만일 풍문이 아니고 이를 실행하려 한다면, 평화문화를 바라는 시민사회 종교계 불교계에 더하여 범국민의 이름으로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하게 밝힙니다.

2. 집회-시위문화의 전환을 위해 우리 불교인부터 적극적인 역할을 해 나가겠습니다. 12월 5일 집회가 평화시위문화의 전환점이 되도록 차벽이 들어섰던 자리에 종교인들이 사람벽으로 평화지대를 형성하여 명상과 정근을 하며 우리 불교인들이 평화의 울타리이자, 자비의 꽃밭 역할을 하겠습니다. 저희 불교인 뿐만 아니라 이웃종교에도 함께 할 것을 권유하겠습니다.

저희 화쟁위원회는 지난 11월 24일 한상균 민주노총위원장의 중재요청을 받아들여 폭력시위-과잉진압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하여 12월 5일 2차 민중총궐기가 평화로운 시위문화의 전환점이 되게 하고, 노동관계법 개정 추진과정에서 노동자들과 정부, 여야 정치권의 대화가 이뤄지도록 나름의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우리는 중재의 첫걸음으로 시위문화 개선을 위하여 경찰 측과 만남을 추진하였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책임 있는 답변도 없었고, 공식적인 만남도 갖지 못했습니다. 한상균 위원장이 영장집행에 응하고 나서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인 것으로 압니다.

반면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을 비롯한 12월 5일 집회 주최측 등이 평화로운 집회와 시위를 먼저 약속하고 나섰습니다. 단체들이 먼저 평화에 대한 국민의 바람을 담아낸 데 반가움을 전합니다. 이러한 풍토가 사회 각계로 확산된다면, 오랫동안 고질병처럼 반복되어 온 시위문화의 전환도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경찰과 정부입니다. 법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고충을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시위문화의 전환이라는 국민적 열망과 사회 흐름 또한 간과해서는 안될 현안입니다. 만일 법과 질서 안에서 평화를 가꾸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그 길을 외면한다면 스스로 평화를 부정하는 정부임을 자인하는 꼴이 됩니다. 경찰이 즉각적으로 책임 있는 대화에 나설 것을 다시 한 번 간곡히 호소합니다.

3. 우리는 노동관련법 처리와 관련하여 여-야가 노동계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도록, 그리하여 작은 변화의 조짐이라도 존중될 수 있도록 여-야 대표를 직접 만나 조건 없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도록 호소하겠습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관련법 개정과 관련하여 노동계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정부와 정치권에 대화 중재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이 또한 민주노총이 그 동안 노사정 회의를 거부해 온 점을 감안하였을 때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정부와 정치권이 노동계의 태도변화를 가볍게 취급하여 대화를 외면한다면 정부와 정치권은 직무유기를 하는 것입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미 화쟁위의 중재가 받아들여지면 경찰에 자진출두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한 바 있습니다. 저희들 또한 한상균 위원장의 경찰 출두를 적극적으로 설득하겠습니다. 그러려면 경찰과 정부도 태도를 바꿔야 합니다. ‘준법’과 ‘평화’, ‘법치’와 ‘대화’는 대립적인 과제가 아니며, 어느 하나 포기되어서는 안 될 가치입니다. 정부와 경찰, 정치권이 힘에 의한 문제해결 방식 대신, 차이를 존중하고 대화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채택할 것을, 상생과 화합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기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2015년 11월 28일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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