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팀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팀과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뒀다.
박인비(27ㆍKB금융그룹)가 이끄는 LPGA팀은 29일 부산 기장의 베이사이드 골프클럽(파72ㆍ6,232야드)에서 끝난 이벤트 대회 ING생명 챔피언스 트로피에서 KLPGA팀을 제압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라운드까지 7.5-4.5로 앞서 있던 LPGA팀은 싱글 매치플레이로 진행된 이날 김세영과 신지은, 이미향, 김효주, 유소연이 승점 1씩을 보태며 5승3무4패를 기록, 최종합계 14-10으로 우승했다. 이 대회는 승리 1점, 무승부 0.5점, 패배 0점을 부여하고, 합계 12.5점을 먼저 따내는 팀이 우승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회 최종일 가장 주목을 끈 매치는 박성현(22ㆍ넵스)과 박인비의 승부였다. 둘은 각각 KLPGA 투어와 LPGA 투어를 대표하는 선수다.
박성현은 비장한 각오로 필드에 나섰다. 그는 이날 깔끔한 샷으로 박인비에게 5&3(3홀 남기고 5홀차)으로 이겼다. 그는 전날 2라운드 직후 “배운다는 마음으로 경기하겠다”고 말했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니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승부욕을 불태웠다.
둘의 승부에 골프 팬들의 눈도 즐거웠다. 대회운영본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1만여 명의 갤러리가 대회장을 찾았다”며 “이는 첫날(1,000명)과 둘째날(4,020명)에 비하면 그야말로 대박이다”고 말했다. KLPGA팀과 LPGA팀 최고 실력자들이 한 조를 이뤄 대회 흥행에는 도움이 됐다. 이들이 퍼트 승부를 벌인 그린 주변에는 어림잡아 1,000여 명의 갤러리들이 운집했다. 특히 6번홀(파4)에서 박성현의 버디 퍼트로 그린 끝에 놓인 공이 홀컵으로 빨려 들어가자 갤러리들은 200야드 거리에서도 들릴 법한 큰 탄성을 질렀다. 대회장에서 박성현의 뒤를 쫓던 갤러리 강사향씨는 “어린 박성현이 세계 최고 선수인 박인비를 상대로 정말 잘 싸웠다”고 말했다.
경기 후 박성현은 “박인비 언니와 KB금융 스타챔피언십 때 처음 경기를 해보고 이번에 대결했다. 항상 일관된 경기력을 보이는 점은 정말 본받고 싶다”며 “이번 승리로 KLPGA 투어에도 좋은 후배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드린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에 박인비는 “(박)성현이한테 5홀 차로 졌다. 투어간 실력 차가 크지 않다”며 “‘국내에 잘 치는 선수들이 이렇게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전 가능성이 무한한 선수들이 많은 것 같아 선배로서 든든하다”고 흐뭇해했다.
박성현은 KLPGA팀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그는 대회 사흘간 2승1무(승점 5)의 좋은 성적을 내며 KLPGA팀을 이끌었다. 우승팀 MVP는 유소연이 차지했다. 유소연 역시 2승1무로 개인 승점 5를 올리며 김효주(2승1무ㆍ승점5)와 함께 팀을 정상에 올려놨다.
부산=박종민기자 mi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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