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의 윤곽이 드러났다. 카카오가 이끄는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과 KT가 주축이 된 K뱅크 컨소시엄이 예비인가의 문턱을 넘었다.
금융위원회는 29일 외부평가위원회의 평가의견을 고려해 K뱅크와 카카오은행 등 2곳에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 도규상 금융서비스 국장이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비인가 심사는 자본금 규모(100점)·주주구성계획(100점)·사업계획(700점)·물적 설비(100점) 등 총 1,000점의 배점으로 이뤄졌다. 배점이 높은 사업계획을 살펴보면 혁신성(250점)·금융소비자 편익증대(100점)·사업모델의 안정성(50점)·국내 금융산업 발전과 경쟁력 강화 기여(50점)·해외진출 가능성(50점) 등 5개 항목이 중점 심사됐다.
외부평가위원회는 안정적인 사업 운영의 가능성과 혁신적인 서비스라는 기준을 중요하게 평가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예비인가를 받은 카카오뱅크과 케이뱅크는 인적·물적 요건을 갖춰 개별적으로 본인가를 신청하게 될 예정이다. 영업개시 시점은 두 은행의 경영 전략과 사업계획에 따라 결정되지만, 금융위로부터 본인가를 받으면 원칙적으로 6개월 내에 영업을 시작해야 한다. 금융위는 인터넷 전문은행 제도 도입을 위한 은행법 개정 작업이 이뤄지면 2단계로 인터넷 전문은행을 추가 인가할 계획이다.
■ 카카오뱅크, 카카오톡 기반 융복합 금융 내세워
카카오뱅크는 카카오를 필두로 넷마블, 로엔(멜론), 서울보증보험, 우정사업본부, 이베이코리아(지마켓, 옥션), 예스24, 코나아이, KB국민은행, 텐센트, 한국투자금융지주 총 11개사가 공동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외부평가위원회 심사 및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국내 최초로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를 획득한 카카오 뱅크는 '한국카카오은행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내년 본 인가를 위한 임원진 등 인력 구성 및 영업시설, 전산체계 등 물적설비 구축 등의 준비 작업을 개시한다. 카카오뱅크의 납입자본금은 3,000억원이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 사업계획서를 통해 국내 대표 모바일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11개 공동 발기인의 전문 역량을 활용해 혁신성과 안전성을 동반한 모바일뱅크의 비전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카카오뱅크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시했다.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한 '카카오스코어' 신용 평가 모델, 카카오 유니버설 포인트를 통한 '맞춤형 금리제도', 24시간 고객문의에 답하는 '금융봇' 등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 등이다.
특히 카카오스코어 신용 평가 모델이 제대로 활용되면 개인의 소득 및 소비 정보를 효과적으로 분석하게 돼 기존 10등급까지였던 신용등급 체계를 더욱 세분화하고 중금리·중위험 대출 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전망이다.
더불어 기존 PG(결제대행)·VAN 사업자의 주요 역할을 앱투앱 결제, 카카오톡 기반 송금 서비스 등으로 대체해 수수료를 낮출 계획이다. 국내의 경우 간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해외송금은 P2P업체와 제휴를 통해 제공하게 된다.
카카오는 고객과 가맹점 등을 직접 연결해줄 뿐만 아니라 개방형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핀테크 기업들을 잇는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3,800만명이 이용하는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해 연결(Connect)과 확장(Broaden)에 주력한 ICT-금융의 융·복합 시대를 열겠다고 카카오는 설명했다.
외부평가위원회는 카카오은행의 사업계획에 대해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사업계획의 혁신성이 인정될 뿐 아니라 사업초기 고객기간 구축이 용이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안정적으로 사업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 K뱅크, 친숙함과 일자리 창출 도모로 승부수
K뱅크 컨소시엄은 KT를 중심으로 포스코ICT, GS리테일, 우리은행, 현대증권, 한화생명, KG이니시스, KG모빌리언스, 다날, 8퍼센트, 한국관광공사 등 19개사가 참여했다. 복수의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효성 계열사인 효성ITX, 노틸러스효성이 KT컨소시엄에서 빠진 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페이와 국내 업체 민앤지가 뒤늦게 합류했다.
K뱅크 컨소시엄은 사업계획으로 '우리동네 네오뱅크'와 '일자리를 만드는 은행'을 제시했다.
우리동네 네오뱅크는 K뱅크가 지향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청사진으로 ICT와 금융의 융합을 통해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나(Connected) 개인화 된(Customized), 편리한 서비스(Convenient)의 3C 정책을 지향한다.
먼저 서민 대상의 중금리 대출 상품을 다양하게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중위 신용등급의 고객 리스크를 정교하게 평가하는 신용평가모형을 기반으로 오토론, 아파트담보대출, 중금리 신용대출, SOHO창업대출을 운영하며 여행자보험도 취급할 예정이다.
계좌번호 없이 휴대전화 번호와 이메일 기반으로 하는 간편 송금 및 이체 서비스를 통해 기존 은행서비스의 편리성을 높일 것이라고 K뱅크는 설명했다.
이 밖에 1,800만 모바일 가입자, 600만 IP TV 가입자는 물론 오프라인 대리점, 편의점, 상거래 플랫폼 등 다양한 모집채널을 기반으로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도 모색한다. 생활편의를 결합한 '디지털 이자 예금' 상품이 대표적이다.
일자리를 만드는 은행에 대한 서비스도 진행할 계획이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지원해 스타트업(신생기업) 성장과 후원, 공식 사업을 통해 사회적 기여도 가능할 것으로 K뱅크는 기대했다. 자영업자를 위한 '원스톱 소호(SOHO) 금융 플랫폼'을 갖춰 창업과 사업 활성화 등 단계별로 컨설팅과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 23년만의 새 은행, 소비자 실익은
예비인가 선정으로 내년 본격 출범할 인터넷전문은행이 소비자에게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도 주목된다.
무점포 영업이므로 기존 은행보다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이를 통해 특화된 서비스가 가능하다. 따라서 소비자 입장에선 다양한 혜택과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전망이다. 점포 방문 없이 언제 어디서나 은행 일을 볼 수 있고 PC나 스마트폰으로 계좌개설부터 입출금까지 은행 업무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영업점이 없다는 단점이 부각됐지만 각 컨소시엄은 점포를 대체할 만한 오프라인 대체수단을 마련할 예정이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우체국, 편의점은 물론 공중전화박스를 자동화기기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한 비용 절감은 서비스에 반영된다. 기존 은행과 비교하면 여·수신 금리 면에서 상당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수수료 조정 여력도 커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부는 저신용자 대상의 중금리 신용대출 활성화에 강한 기대를 내비쳤다. 은행권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고객은 2금융권의 바로 20%대 이하의 금리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금리절벽'을 해소하는 데 인터넷은행이 역할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새로운 경쟁자와 차별화된 사업모델이 출현해 은행 간 경쟁을 촉진하고 기존 은행의 인터넷뱅킹 서비스 개선 노력을 이끄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성오기자 cs8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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