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사상 처음으로 세계 수출 순위 6위에 올랐다. 수출 규모가 지난해보다 줄어들고 무역 규모도 5년 만에 1조달러에 미치지 못하지만 전세계 교역량이 줄어드는 바람에 수출 시장 점유율이 올라간 결과다. 그만큼 마냥 반기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29일 발표한 ‘2015년 수출입 평가 및 2016년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수출이 전년보다 7.1% 떨어진 5,320억달러, 수입은 16.3% 하락한 4,400억 달러로 추정했다. 따라서 무역규모는 9,72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2011년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연간 무역규모 1조달러를 달성한 뒤 2014년까지 4년 연속 이어온 교역 1조달러 기록은 올해 깨지게 됐다.
올해 교역 부진은 세계 경기 둔화와 국제 유가 하락 등으로 세계 무역이 10% 이상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유가 하락이 큰 영향을 미쳤다. 배럴당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지난해 96.7달러에서 올해 10월까지 52.3달러로 반토막 났다. 이에 10월까지 석유화학, 석유제품 등의 무역 감소액이 863억달러(수출 252억 달러, 수입 611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전년 대비 올해 줄어든 감소분(1,093억 달러)의 79%를 차지한다.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은 “국내 기업들은 수출시장에서 원화 평가절하에 따른 가격경쟁력을 기대하거나 세계 경제가 좋지 않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화장품, 의약품, 문화콘텐츠 등 생활 분야로 수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수출이 지난해 7위에서 한 계단 올라선 것은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3.01%에서 올해 상반기 3.29%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수출 물량 증가율도 상반기 5.6%로 세계 평균(2.3%)을 상회하고 일본(3.8%), EU(2.9%), 중국(1.7%), 미국(0.8%) 보다 높다. 이는 곧 전세계 교역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다른 나라들의 수출이 우리보다 더 부진했다는 뜻이다.
다행히 국제무역연구원은 내년 교역이 올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봤다. 연구원에 따르면 내년에 수출이 2.3% 증가한 5,440억달러, 수입은 4.8% 늘어난 4,610억 달러로 무역 규모가 1조5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내년 세계경제가 선진국 경기회복, 국제유가 하락세 둔화 등의 영향을 받아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세계 성장률이 올해(3.1%) 보다 높은 3% 중반대, 세계 교역량도 4% 내외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렇게 되면 올해 부진했던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수출이 내년에 유가 안정과 주요국 수요 증가로 각각 7.8%, 2.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미국과 유럽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일반기계(2.8%), 무선통신기기(2.1%), 자동차(1.0%) 수출도 소폭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조선(-2.6%), 디스플레이(-2.3%), 철강(-1.3%)은 전세계적 공급 과잉이 지속돼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나타났다. 김극수 국제무역연구원장은 “미국이 예고한대로 금리를 인상하면 돈이 유입돼 신흥국 경기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며 “테러도 전 세계로 확산되면 세계 경제와 무역을 위축시키는 돌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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