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에는 이력서에 쓸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니콜 크라우스의 ‘사랑의 역사’에 나오는 노인 레오는 열일곱 살 때부터 이웃집 소녀였던 알마만을 사랑했어요. “첫 번째 여자는 이브일지 몰라도, 첫 번째 소녀는 언제나 알마다.” 하지만 고백이 아무리 극진할지라도 레오의 이력서에 그녀가 등장할 일은 없습니다. 그들은 결혼하지 않았으니까요.
스무 살에 만났던 철학 책이나 소설 책이 어떻게 내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는지 써넣을 자리도 없어요. 삶을 잘 표현하고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이력서 말고 다른 방식의 이력서들이 필요합니다. 개인의 인생도 그런데, 하물며 긴 역사는 어떻겠어요? 아무리 잘 쓰여져도 한 권으로는 너무 부족해요.
시인ㆍ한국상담대학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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