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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달만에 27억 꿀꺽, 3년 도피 사기범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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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달만에 27억 꿀꺽, 3년 도피 사기범 검거

입력
2015.11.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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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제차를 이용한 범죄가 늘어나는 가운데 지난 7월 허위 사고를 내 보험금 약 11억원을 타낸 일당이 이용한 고급 외제차량들이 압수돼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외제차를 이용한 범죄가 늘어나는 가운데 지난 7월 허위 사고를 내 보험금 약 11억원을 타낸 일당이 이용한 고급 외제차량들이 압수돼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대부업체 소유의 고가 외제 담보 차량들을 미끼로 재력가의 인척에게서 수십억원의 현금을 가로챈 지능적 사기꾼이 3년 추적 끝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담보로 맡겨진 외제차로 피해자를 속여 27억원을 뜯어낸 혐의(사기)로 하모(4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소재의 대부업체 직원이었던 하씨는 2012년 7월 대구 재력가의 조카로 알려진 김모(40)씨에게 평소 알고 지내던 마포구 A대부업체의 담보 차량 57대를 마치 자신 회사의 담보물인 것처럼 꾸며 사게 한 뒤 대금을 중간에서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하씨는 “2, 3개월이 지나면 담보 기간이 끝나 모두 우리 차가 되니 그 때 물건을 전부 넘기겠다”며 꼬드긴 것으로 조사됐다.

하씨의 말을 믿은 김씨는 하루에 1억원씩 27억원 전부를 5만원권 현금으로 내줬다. 경찰 관계자는 “대구 재력가의 조카여서 현금 동원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씨는 하씨가 같은 해 11월 연락을 끊자 그제야 사기 당한 사실을 눈치채고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조사결과 회사 동료인 공범 선모(40)씨는 A업체와 자동차 담보대출 사업을 했던 경험을 살려 이 업체가 북한산 인근 신축 아파트 주차장에 BMW, 폭스바겐 등 고가의 담보 차량을 보관한 사실을 알고 이를 범죄에 이용했다. 두 사람은 김씨에게 주차장에 세워진 차량을 직접 보여주고 그럴 듯한 양도서류까지 보여주며 설득했다. 이들은 계약 체결이 40대를 넘어갈 때쯤 서류가 허술한 사실을 눈치챈 김씨가 의심을 품자 보다 더 정교한 서류를 들이밀며 57대 전부를 계약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3년 간 도피 생활을 하던 하씨는 다른 사기 건으로 서울 서대문서의 추적을 받아 오다 지난 23일 인천 서구의 임시 거처에서 체포됐다. 그는 과거 대출자들이 남긴 인감과 개인정보를 이용해 허위로 서류를 꾸며 회사에서 9,500여만원을 타낸 혐의도 받고 있다.

하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기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 5억원만 본인의 몫이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하씨는 5억원 모두를 생활비와 유흥비 등 도피자금으로 탕진했다고 한다”며 “선씨를 주범으로 보고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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