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영화 속 대통령의 모습은 다양하다. 강직하고 카리스마가 넘치면서도 때로는 빈틈을 보이며 인간미를 풍기기도 한다. 시청자나 관객들은 TV나 영화관에서나마 평소 바라는 대통령의 모습을 찾기도 한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고인에 대한 애도 분위기가 온 사회를 뒤덮던 지난 한 주를 보내며 국민이 한 번쯤은 꿈꿔본 대통령의 모습을 다룬 작품들을 꼽아봤다.
굿모닝 프레지던트(2009) ? 꽃미남 대통령
외모만으로도 절로 탄성을 자아내는 대통령, 한 번쯤은 꿈꿔볼 수 있지 않을까?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대통령은 다름아닌 장동건이다. 그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뽐내지만 첫사랑 김이연(한채영) 앞에선 실수투성이로 변하는 꽃미남 차지욱 대통령 역을 맡아 영화 데뷔 이래 첫 코믹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신념과 정의로 똘똘 뭉쳐 외교 관계에서도 할 말은 하는 대통령이지만 상처 후 아들을 홀로 키우며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당시 그를 캐스팅한 장진 감독은 "지금까지 망가지지 않았던 배우라 연기 변신에 두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놨지만 강성외교를 펼치는 카리스마와 부드러운 인간미를 동시에 소화해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대물(2010) ? 최초의 여성 대통령
SBS드라마 '대물'은 남편의 억울한 죽음에 국가를 원망하다 정치인으로 거듭난 서혜림(고현정)이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는 과정을 그렸다.
극중 서혜림은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고 국민의 생명을 구하려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인다. 정보수집 활동을 하던 한국군 잠수함이 중국 영해에서 좌초돼 승조원들이 목숨을 버려야 하는 상황에서 서혜림은 굴욕 외교라는 비난에도 승조원들을 구출한다. "난 대통령직을 걸고 우리 승조원들을 구해야겠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더는 국가가 지켜주지 않는 국민들이 나와서는 안 됩니다. 그게 내가 대통령이 된 이유니까요" 란 대사는 많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정치인은 미워해도 정치는 미워하지 말라"는 대통령 퇴임사도 당시 화제가 됐다.
프레지던트(2010) - 따끔한 정치적 메시지
KBS드라마 '프레지던트'는 시민운동을 시작으로 정계에 입문한 주인공 장일준(최수종)이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과정을 다룬 정치드라마였다. 당내 경선 출마를 선언한 장일준이 '청년실업'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청년들에게 한 연설의 내용은 방영 당시 명대사로 꼽히며 화제가 됐다. 장일준이 패널로 참석한 청년들에게 "대통령은 누가 만듭니까?"라고 질문하자 한 청년은 "그야 국민이죠"라고 답한다. 그러자 장일준은 "틀렸어요. 대통령은 투표하는 국민들이 만드는 겁니다. 세상에 어느 정치인이 표도 주지 않는 사람을 위해 발로 뜁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면서 "권리 위에 잠자는 사람은 보호받지 못합니다. 청년실업의 분노와 설움을 오로지 표로써 정치인에게 똑똑히 보여주십시오"라며 감동 연설을 끝맺는다.
링컨(2013) - 세계를 뒤흔든 위대한 연설
1860년대 미국의 남북전쟁을 종식시키고 노예제도를 폐지한 미국의 제 16대 대통령 에이브라함 링컨의 이야기로 스티븐 스필버그가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링컨은 1863년 미국 내 300만 명에 이르던 노예의 해방을 선언하며 미국의 위대한 아버지로 불렸다. 격전지 게티즈버그에서 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영원히 지상에서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연설 중 일부는 민주주의의 지침이 됐다.
영화는 뚝심의 지도자부터 한 가정의 나약한 아버지까지, 인간 링컨의 면모를 동시에 담아내려고 한다. 링컨 역을 맡은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미국의 가장 위대한 대통령에 대한 기억을 망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링컨 역할을 8년 동안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역대 최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세 번째 수상이라는 영광을 안는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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