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부동산 시장 영향 고려해야”..금융당국, 가계부채 대책 연기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계부채를 억제하는 방안을 두고 정부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주택담보대출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이번 주에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이 대책으로 부동산 경기가 급속도로 냉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발표를 미룬 채 재검토에 착수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는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부가 결국 가계대출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선에서 세부 방안을 조정하지 않겠냐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원리금 분할상환을 유도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대책을 내년부터 시행키로 발표한 후 은행연합회와 함께 4개월에 걸쳐 ‘여신심사 선진화를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 작업을 마무리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가 각각 60%를 넘는 주택담보대출은 분할상환 방식으로 대출받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신규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할 때는 실제 금리에 스트레스금리(대출시점 이전 3∼5년간 금리를 토대로 향후 금리 인상리스크를 반영한 지표)를 가산해 산출한 ‘스트레스 DTI’를 추가 적용키로 했다. 대출 시점의 금리에 추가로 2% 남짓의 스트레스금리를 더해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80%가 넘지 않을 경우에만 대출을 해주는 식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내년부터 신규 대출을 받을 경우 대출금 전부를 분할상환 해야 하는 등 부담이 상당히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방침을 확정하고 지난 24일 발표를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발표 일정이 전격 연기됐다.
기재부는 가계부채 가이드라인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돈줄을 조였을 때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과 내수, 건설투자 등에까지 어떤 영향이 있을 지를 검토해보자는 취지”라며 “금년 중에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가 사실상 제동을 걸고 나선 건 가계부채 억제가 성장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최경환 부총리 취임 이후 대출 규제 완화 등 부동산 군불 때기를 통한 경기 부양에 적극 나서왔던 기재부로선 급격한 대출 억제가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거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기존 방침이 일부 후퇴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은 이미 마친 상태이지만 부처 간 이견이 있는 만큼 최종적인 조율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미세한 수준의 조정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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