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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선이네 집 그 물건, 88년에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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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선이네 집 그 물건, 88년에 있었나

입력
2015.11.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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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에 곤로를? 말도 안돼!” “무슨 소리! 우리 집에는 있었다.”

응답하라 제작진의 전매특허 아날로그 소품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시청자게시판에는 엇갈린 의견들이 맞선다. 신원호 PD도 “사람마다 기억이 제각각”이라며 고증 과정의 고충을 토로했다. 그래서 알아봤다. ‘긴가민가한 덕선이네 그 물건, 진짜 있었을까?’

논쟁의 시발점, 곤로

'응답하라1988' 덕선이네 부엌 한 켠에 자리 잡은 곤로. 방송화면 캡처
'응답하라1988' 덕선이네 부엌 한 켠에 자리 잡은 곤로. 방송화면 캡처

석유를 넣고 심지에 불을 붙여 사용하던 곤로는 가스레인지가 대중화되기 전 가정집의 필수 취사도구였다. 하지만 그 당시 서울 쌍문동에서 신접살림을 차렸던 시청자 이연희(57)씨는 “88년이면 부자든 가난하든 웬만한 집은 다 가스레인지를 썼다”며 확신에 찬 목소리다. 반면 “부엌에서 성냥으로 곤로 심지에 불을 붙이던 기억이 생생하다”란 주장도 나온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소장된 곤로 기록에 따르면 ‘곤로는 1970년대 취사기구의 혁신을 불러온 취사기구’라고 소개돼 있다. 다만 사용시기는 집집마다 달랐을 것이라는 게 박물관 측 설명이다. 박물관 자료관리과 관계자는 “70년대 초반부터 80년대 초ㆍ중반까지 아궁이를 대신해 널리 쓰였지만 80년대 후반부터 서서히 모습을 감췄다”면서도 “일부 가정집에선 80년대 후반까지도 사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탁 따로 탈수 따로 ‘이조식 세탁기’

세탁과 탈수 기능이 분리된 이조식 세탁기. 방송화면 캡처
세탁과 탈수 기능이 분리된 이조식 세탁기. 방송화면 캡처

덕선의 엄마(이일화)는 세탁과 탈수하는 칸이 2개로 나뉜 이조식 세탁기를 쓴다. 이에 시청자 이희남(61)씨는 “88년도엔 전자동(세탁과 탈수 기능이 합쳐진 형태) 세탁기를 썼다”고 회상한다. 이씨의 말은 맞다. 이조식 세탁기는 1969년 금성사(옛 LG전자)가 생산한 국내 최초의 세탁기다. 이후 금성사는 1986년 흔히 ‘봉세탁기’로 불리는 전자동 세탁기를 출시했고 이때부터 주부들은 세탁된 빨랫감을 탈수칸으로 이동시킬 필요가 없게 됐다. 하지만 당시 전자동 세탁기가 30만원 대 고가였던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이조식을 쓰는 가정집이 많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덕선이가 쓰던 화이트와 형광펜

극중 덕선이 자신의 손톱에 형광펜으로 색을 들이고 있는 모습. 방송화면 캡처
극중 덕선이 자신의 손톱에 형광펜으로 색을 들이고 있는 모습. 방송화면 캡처

“덕선아, 나 화이트 좀.” 선우(고경표)가 화이트(수정액)를 빌리러 덕선의 집을 드나드는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또 한번 의문을 제기했다. “1988년에 화이트가?” 하지만 당시에도 화이트는 있었다. 과거 국내 한 경제일간지는 ‘진명화학 타자 수정액 신발매’(1986년 3월 25일자)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현재 한 잉크제조업체의 대표 정광춘씨가 당시 ‘코스모 자수정’이란 이름의 수정액를 개발해 시판에 나섰다는 내용이다. ‘외제보다 얇게 칠해도 수정력이 우수하고 수정 후 건조속도가 빠른 장점이 있다”는 소개도 있다. 가격은 40㎖에 1,000원.

덕선이 손톱을 칠하고 변진섭의 노래 가사에 줄을 긋던 형광펜을 본 일부 시청자도 “형광펜은 90년대부터 쓴 학용품”이라고 했지만 이미 시중에서 판매 중이었다. 이 신문이 쓴 ‘문구류 패션, 다기능화 경향’(1988년 8월 26일자) 기사엔 “수성펜, 형광펜 등 새 제품들이 쏟아져 나온다”란 내용이 있다. 가격은 국산 1,000원선, 외국산 4,000원.

당시 중고생 버스요금이 100원이던 점을 고려하면 주머니 얇은 일반 학생들이 흔히 쓰던 학용품은 분명 아니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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