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 직후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국제 공조를 모색하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26일 러시아에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이틀 전 ‘터키의 러시아 격투기 격추’라는 돌발변수로 대 IS 공격에서 러시아의 원활한 협조를 얻기 어려워진 올랑드 대통령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26일 이타르타스 등 외신에 따르면 올랑드 대통령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 양국 관계 증진 및 IS 격퇴에 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두 정상은 파리 테러 발생 나흘만인 17일 전화통화를 통해 시리아에서 실행되는 IS 공습에 협력할 것을 약속하고 회담 일정을 확정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해상과 공중에서 프랑스와 함께 공동행동을 할 것”이라며 올랑드 대통령에 힘을 실어줬었다.
하지만 24일 시리아 북부를 폭격하던 러시아 전투기가 터키 당국에 의해 격추되면서 올랑드 대통령의 구상은 위기를 맞았다.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동맹국이기 때문에 긴장감이 고조되면 대테러 공조 자체는 무산될 수 밖에 없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5일 “터키의 격추는 계획된 도발”이라고 비난한 데 이어 “전쟁할 생각은 없지만, 터키와 관계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지난달 러시아 여객기 추락 사건의 배후에 IS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데다 IS가 러시아에 지속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라 올랑드 대통령이 내민 손을 냉정하게 뿌리치기 어렵다. 특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내전 이후 단절된 유럽국가와 관계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다.
러시아 외교관은 25일 유럽1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IS 격퇴 강도를 한층 높이기 위해 서방 주도의 대 IS 공습에 협력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올랑드 대통령도 러시아와 서구 사이에 중재 역할을 적극적으로 맡고 나섰다. 그는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 직후 “러시아와 나토 회원국인 터키 간 긴장을 줄이도록 세계 주요국들이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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